야당 이어 새누리당도 "일부 손질 검토"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 가능성
"상법 개정보다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이 우선" 반론 쏟아져
새누리 '지배구조 개선' 토론회
"대기업 M&A 위험 노출 우려…다중대표소송제, 주주권 침해"
[ 박종필 기자 ] 1월 임시국회가 9일 시작되면서 여야의 상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에 이어 여당인 새누리당도 상법 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상법 개정안이 대기업 지배구조를 정조준하고 있어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 토론회’를 열어 상법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국회의원들이 제출한 법 개정안 10여건을 집중 토론했다. 이들 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사외이사 선임 제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도 단계적 의무화 △자기주식 처분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등은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이라는 점에서 이 중 일부를 반영해 상법 개정이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인적 쇄신에 이어 정책 쇄신도 예고했다. 아직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대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 일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이미 ‘재벌개혁’을 1월 임시국회 주요 과제로 내세우며 상법 개정안 통과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야당이 제출한 상법 개정안 내용 중 합의가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거역할 수 없는 사회 요구”라며 “상법 개정 없이는 경제민주화 실종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기업집단에서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는 비상장 계열사에서 빈번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법 개정안이 대기업에 대한 과잉 규제를 담고 있으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시키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발제를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중투표제와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은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과잉 규제”라며 “1주 1표의 자본주의 기본 원칙에도 위배되는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는 “자회사 주주의 주주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선임 제한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됐다. 손영화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립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1인 등을 의무 선임토록 강제하는 것은 주주총회를 거치도록 한 우리 상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에 정보관리가 필수적인데 투기자본의 대변자들이 사외이사로 진입하면 위험이 커진다”며 “자칫 이사회가 싸움판으로 번지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법 개정안은 ‘반기업 정서’를 입법에 반영하려는 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집중투표제는 소수자 보호라는 정치적 요구를 주식회사에 도입하려는 것”이라며 “정치 원리를 무리하게 경제에 적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전무는 또 “대주주 지배력이 약해진 기업은 적대적 M&A 위험에 놓일 수 있다”며 “차등의결권제도, 포이즌필 등 효율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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