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취임 후 첫 간담회
"일주일의 절반 이상 MC사업본부 근무…내년 흑자 전환 가능"
한 달에 4일 MC사업본부 근무
해결 과제 우선순위 찾고 있어
가전 공장 일부 미국 이전도 검토
[ 노경목 기자 ]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사진)이 스마트폰 사업 재건을 다짐했다.
지난 6일 CES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한달에 사나흘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에서 근무하며 해결해야 할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일부 가전 생산공장의 미국 이전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기는 문화’로 스마트폰 사업 재건
조 부회장은 지난달 1일 승진해 최고경영자(CEO)로 LG전자를 이끌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 3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6년 만의 분기 적자다. 가전, TV 사업은 괜찮았지만 G5 등 전략 스마트폰 부진 탓에 MC사업본부가 적자를 많이 냈다.
그는 “전자제품 중 가장 폼팩터(외형) 변화 속도가 빠른 스마트폰 사업에서 타이밍을 놓쳐 추격하기가 힘들다”며 “하지만 스마트폰은 LG전자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군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턴어라운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품의 본질을 중심으로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면 스마트폰에서도 ‘이기는 문화’가 살아날 것”이라며 “지난해 수익 창출이 가능한 방향으로 구조를 많이 바꾼 만큼 내년에는 스마트폰에서도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미국 등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따른 생산기지 조정 계획도 밝혔다. 조 부회장은 “덤핑을 피하려 중국 베트남 등지로 공장을 이전해왔는데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해지면서 현지 생산이 필요해지고 있다”며 “미국 등에 공장을 세울지 여부를 올 상반기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에 공장을 가진 업체에 혜택을 준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며 넋놓고 있을 수는 없다”며 “어떤 제품까지 현지화할지, 부품만 갖고와 조립만 해도 되는지 등 여러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사물인터넷(IoT)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조 부회장은 “이번 CES에서 가전의 진화 속도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걸 느꼈다”며 “딥러닝과 인공지능,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데 한층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그는 “변화를 미리 준비하지 못하면 구석에 몰려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며 “아직 돈을 벌지 못하는 로봇과 IoT에 계속 투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1년간 운영한 ‘3인 각자대표체제’가 ‘단독 CEO체제’로 바뀐 것에 대해선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다”고 했다. 그는 “각자대표 체제에서는 각 사업본부가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바뀌는 경제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웠다”며 “전사 차원의 신규사업 발굴 등에도 단독 체제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권봉석 “QLED, 시장이 평가할 것”
조 부회장과 함께 간담회에 나온 권봉석 HE본부장(부사장)은 삼성전자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TV에 대해 “결국 시장이 평가할 것”이라며 “LG전자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지난해 각종 매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QLED TV가 강점으로 삼은 컬러볼륨(색 재현력)에는 “화질을 표현하는 여러 기준 중 하나”라며 “색 재현력만큼 중요한 게 색을 정확하게 전하는 색 정확도인데 이건 나노셀 기술을 적용한 ‘슈퍼 울트라HD TV’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CES에서 공개한 ‘LG 시그니처 OLED TV W’를 내달 말부터 팔겠다고 밝혔다. 권 부사장은 “올 연말에야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거래처들이 놀라고 있다”며 “개선된 화질과 음질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흥행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CES에서 공개된 소니의 ‘브라비아 OLED TV’에 대해 권 부사장은 “아날로그 기술에 강한 소니이니만큼 전시된 TV의 화질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유럽의 주요 TV 제조사도 OLED TV를 내놓으면서 OLED 진영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라스베이거스=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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