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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판매상들의 비명 "이러다 절반은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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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판매상들의 비명 "이러다 절반은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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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대 계란 양판장 가보니

계란농장 60% 폐업 여파
도매업체 줄줄이 문닫아
태국까지 계란 찾아 삼만리



[ 배정철 기자 ]
“계란 농장 중 60%가 문을 닫았어요. 큰일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큰 계란 도매업체(양판장)인 당진농장의 강종성 사장은 연신 한숨을 쉬었다. 한국계란유통협회장이기도 한 강 사장의 계란 장부에는 온통 ‘X’표로 가득 차 있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계란 농가 중 절반 이상이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까지 당진농장은 매일 계란을 30만개씩 납품받았다. 이달 들어 30% 수준인 9만개 이하로 떨어졌다. 강 사장은 “이대로 가면 30년째 하던 계란 유통 사업을 완전히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불안해했다.

◆계란 생태계 붕괴 우려

강 사장은 그나마 상황이 나았다. 계란 도매업체가 몰려 있는 서울 구로구와 금천구에는 아예 영업을 접은 곳도 적지 않았다. 구로구 신도림동에 있는 신흥농장이 대표적이다. 이곳과 거래하던 계란농가 일곱 곳 중 한 곳만 살아남고 나머지 농가도 잠정 폐쇄했다. 평소 매일 5t 이상의 대형 트럭 한 대가 드나들었지만 지난달 말부터는 1주일에 1t짜리 트럭이 한두 번 오갈 뿐이다. 한남희 신흥농장 사장은 “한 달 전에 비해 매출이 10% 수준으로 줄었다”며 “인건비나 물류비 같은 고정 비용은 계속 들어 급히 2억원의 빚을 얻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 조원동에 있는 청송유통도 유통할 계란이 없어 이달 초 문을 닫았다. 박은철 청송유통 사장은 “AI가 발생한 때부터 ‘가축 이동중지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지난달부터 시행하면서 사태를 키웠다”며 “계란 받을 곳이 없어지면 계란 도소매업체들이 연쇄적으로 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 계란 도매업체 한 곳은 100개 이상의 계란 소매업체와 거래한다. 당진농장 같은 곳은 200개 이상의 동네 마트나 전통시장 계란 상인들과 거래한다. 강 사장은 “보통 외상으로 계란을 주고 나중에 돈을 받는데 200곳 중 절반 이상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며 “계란 농가는 생산을 중단하면 정부에서 보상금을 주지만 계란 유통업체들은 보상받을 길도 없어 이대로 가면 계란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란 찾아 해외로

계란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상대적으로 AI가 덜 확산된 영남 지역으로 도매상들이 몰려들고 있다. 금천구 독산동에서 여주축산을 운영하는 유문선 씨는 “인맥을 통해 계란을 한두 판씩 들여오다 최근엔 이마저 끊겨 경북 경산으로 직원을 보내 값을 10% 이상 더 쳐주고 겨우 계란을 들여왔다”고 했다.

아예 해외로 간 업체도 있다. 경기 광명시에서 계란 유통업을 하는 배영수 이슬농장 사장은 지난 2일 태국행 비행기를 탔다. 1999년부터 태국 계란이 국내에 들어와 다른 외국산에 비해 통관 절차가 용이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도 계란에 붙는 할당관세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미국 현지 계란 생산업체 14곳이 한국 정부에 수출작업장 등록을 마쳤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20일께 미국산 계란이 국내로 들어오면 ‘계란대란’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안영기 계란자조금관리위원장은 “항공료를 50% 보조해준다고 해도 대기업들이나 할 수 있지 중소업체들은 계란 수입을 꿈도 꿀 수 없다”며 “설사 수입 계란이 들어와도 하루에 계란이 1500만개 이상 모자란 국내 상황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AI 사태를 매년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평상시에 AI 대비 컨트롤타워를 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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