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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리플레이션(reflation)이 화두다. 리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상태에서 벗어나 아직은 심한 인플레이션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한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늘리거나,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재정 정책이나 통화 정책을 뜻하기도 한다. 대표적 리플레이션 정책에는 감세, 통화량 증가 등이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리플레이션 상태로 옮겨가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 상태에서는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물가하락 우려가 있어 금리 상승 압력도 크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오히려 내려가는 경향이 있어 채권 투자에 유리하다.
하지만 경제 성장 전망이 개선되고 물가와 금리가 오르는 지금 같은 리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채권 투자 여건이 대체로 불리해진다. 따라서 이럴 때는 투자 대상 채권을 고를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특히 선진국 국채 가운데 미국 국채는 가급적 피하는 게 낫다. 2015년 중반 연 1.5%를 밑돌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최근 급등해 연 2.5%를 넘어섰다. 미국 경제 성장 전망이 개선되고 물가 압력이 커진 데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때문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채권 시장에서는 국채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난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금리 급등에 따른 반작용으로 시장 금리가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금리 상승이라는 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한국은 미국과 달리 기준금리를 올리기보다 내릴 가능성이 더 크다. 한국 경제 여건이 미국보다 좋지 않아서다. 그렇더라도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 금리가 계속 오른다면 외국인이 한국 국채 매도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참고로 2016년 11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액이 4년 만에 90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10~11월 순매도 금액은 5조5000억원에 이른다.
기본적인 수급 원리에 따르면 채권 매도는 채권 가격 하락, 즉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물론 국내 대형 연기금과 생명보험사 등 기관투자가가 채권을 얼마나 매수하느냐가 관건이지만 한국도 채권 투자 여건이 이전보다 악화됐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채권이 상대적으로 유리할까. 당연히 잔존만기가 긴 채권보다 짧은 채권이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이 작아 상대적으로 나을 수 있다. 주로 투기 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 하이일드 펀드는 어떨까. 국내에서 판매하는 해외 하이일드 펀드에서 보유한 채권의 평균 만기 수익률은 연 5~7%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하이일드 채권 금리는 국채 금리에 가산 금리, 즉 신용 스프레드가 더해져 형성된다. 그런데 국채 금리가 오르는 원인이 신용 경색이 아니라 경기 확장 때문이라면 가산 금리는 내려가기도 한다. 실제 미국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대선일인 지난해 11월8일 연 1.88%에 머물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2월14일 연 2.54%로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 하이일드 채권에 붙는 신용 스프레드는 오히려 떨어졌다. 즉 신용 스프레드 하락 폭이 국채 금리 상승 폭을 흡수하고도 남았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경기 개선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어 미국 하이일드 채권은 지금 투자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다만 향후 예상치 못한 신용 경색이 발생하거나 긴 시간이 흐른 뒤 경기 과열에 따른 문제로 거품 붕괴가 나타나면 하이일드 채권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라면 장기주택담보대출도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요즘에는 고정 금리 대출과 변동 금리 대출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은 변동 금리가 고정 금리보다 낮아 당장은 유리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변동 금리가 올라간다면 장기적으로는 고정 금리가 더 좋을 수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대출 금리 유형을 선택할 때 리플레이션 국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잘 살펴야 한다.
오인석 < 국민은행 WM컨설팅부 수석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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