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카드'손에 쥔 특검
최씨 심경 변화로 태도 바뀌면 박 대통령 수사에도 변수 가능성
이대 입학비리 의혹도 '급물살'
[ 박한신 / 고윤상 기자 ] 박근혜 대통령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진검 승부’가 시작됐다. 최순실 씨(61·구속기소)의 딸인 정유라 씨(21)가 덴마크에서 전격 체포되면서 특검팀은 최씨의 입을 열 ‘히든카드’를 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년 기자간담회를 자청, 자신과 관련된 혐의를 적극 부인한 박 대통령 측과 특검 간 치열한 공방이 전개될 전망이다.
◆최씨의 ‘아킬레스건’ 정유라 체포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2일 “체포된 정씨 송환을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 중”이라며 “특검이 요청한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등의 조치가 발효되면 조기 송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다만 현재로서는 언제 송환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두 가지 측면에서 정씨의 신병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우선 정씨는 이화여대 학사비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소환되더라도 수사는 입학 비리 및 성적 조작 등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특검은 최씨 압박이란 ‘숨은 목표’를 달성하려 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최씨는 지난달 1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40년 지인’인 박 대통령을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씨 ‘압송’이 현실화되고 특검 수사가 강도 높게 이뤄지면 최씨의 심경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출신의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입을 닫았던 피의자가 감정이 흔들리면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씨는 구치소 청문회에서도 딸 이야기가 나오자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최씨에게 책임을 넘기는 듯한 얘기를 했다. “최씨는 지인일 뿐”이라며 “(최씨가) 사익을 챙긴 것은 나중에 보도를 보고 알았다”는 것이다.
◆헌재 탄핵 심판 본격 개시
최씨의 진술은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핵심이 될 전망이다. 특검으로선 가장 중요한 ‘공범자 진술’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박 대통령과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이 공범이라는 특검의 가정에 기초하면 특검은 박 대통령을 제외한 대부분 공범 진술을 얻게 되는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범자 진술은 유죄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측 역시 강공으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3일로 예정된 헌법재판소 1차 변론기일(공개변론)에서도 날선 공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양측이 증거와 증인신문을 통해 변론하는 자리로 박 대통령은 법정에 직접 출석하진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측은 모두 변론에서 탄핵의 필요성을 주장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 대리인 측은 “청구인 측 주장을 모두 부인한다는 취지로 변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신년 기자간담회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 변호인은 “헌재에 낸 답변서에 있는 내용을 대통령이 다른 언어로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헌재법상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으면 다음 기일을 다시 정하게 돼 있다. 이마저도 출석하지 않으면 서면심리를 한다.
헌재는 5일 2차, 10일 3차 공개변론을 잇달아 연다. 2차 공개변론에서는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본격 시작한다. 3차 변론에는 최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안 전 수석이 증인으로 나선다.
한편 특검팀은 2일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의 의료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압수수색했다.
박한신/고윤상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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