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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중앙은행의 독립과 그 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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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경제회복 역할 추가된 중앙은행
지나친 영향력 확대가 정치적 압력 불러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은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다. 그간 중국 경제 경착륙,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 우려, 불충분한 미국 경제 회복 등 여러 이유로 금리 인상 시점을 늦췄지만 실업률 하락 등 견조한 노동시장 회복과 인플레이션 기대 회복으로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Fed의 행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그간 재닛 옐런 Fed 의장이 민주당을 위해 의도적으로 초저금리를 유지했다고 비난했다. 초저금리로 주식시장의 거품을 초래했고 이는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해 장기적으로 손실을 초래하는 ‘잘못된 경제’를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잉글랜드은행에 다녔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잉글랜드은행의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자산시장의 거품이 커지고 빈부격차가 심해졌다며 이제는 통화정책을 바꿀 때라고 지적했다. 의회는 올해 잉글랜드은행의 통화정책 영향과 효과성에 대한 청문회를 통해 잉글랜드은행에 정치적인 압력을 가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그간 중요한 가치로 여겨진 중앙은행 독립에 대한 논란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커진 중앙은행 권한에 기인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 물가안정이라는 고유 권한에 금융안정이 추가됐다. 이를 위해 초저금리, 양적완화 등 다양한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시행했다. 이런 권한 확대가 오히려 물가안정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을 저해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비선출직 전문가 집단인 중앙은행의 권한 확대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적인 시각이다.

둘째, 중앙은행 정책이 초래하는 분배 효과에 대한 비판이다. 통화정책이든 금융안정 정책이든 중앙은행의 정책은 상대가격을 변화시켜 자산가와 비자산가 간 재산을 이전시키는 분배 효과가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주의 체제하에 분배 효과를 가져오는 조세·재정정책의 권한을 선출직에 부여하는 것에 비춰볼 때 비판의 근거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책임성을 높여야 하며,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라는 요구가 점증하고 있다. 작년 미국 의회에서 논의한 ‘Fed 회계감사 법안’이나 ‘Fed 감독개혁 현대화 법안’이 이런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미 의회 소속 회계감사원이 Fed의 결정을 투명하게 감사하고 Fed가 원칙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라는 것이다.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가 제안한 ‘테일러 룰’에 따라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반영해 적정 금리를 정하자는 주장이 다시 지지를 받고 있다.

셋째, 여러 기술적인 이유로도 비판받고 있다. 금융안정에 대한 계량적인 측정은 불가능하다. 물가안정을 위한 2% 물가상승률 목표와는 다르게 금융안정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4% 하락을 초래하는 위기(미국의 2008년 위기 경우) 발생을 100년에 한 번 또는 30년에 한 번 발생하게 하는 것을 어떻게 설정할 수 있겠는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중앙은행의 역할이 물가안정에 초점이 맞춰졌을 때는 중앙은행 독립에 대한 이견이나 도전은 없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역할과 기능이 커진 만큼 중앙은행에 거는 기대도 높아졌다.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에서 정부 재정정책과의 조정과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본래 영역을 벗어나 소득 불균등, 선거와 관련한 정치적 이슈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물가안정이라는 단순한 권한에만 집착하는 것도 중앙은행 독립의 중요한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

최희남 < IMF 상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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