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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진 의원 나경원과 이혜훈의 '뒤틀린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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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태 정치부 기자)나경원 새누리당 의원과 이혜훈 개혁보수신당(가칭) 의원이 최근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당내 대표적 비박(비박근혜)계로 탈당이 예상됐던 나 의원이 새누리당 잔류를 선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 탈당을 둘러싼 두 여성의원의 날선공방은 20년 이상 ‘뒤틀린 인연'의 전초선 성격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나 의원이 새누리당 탈당보류를 선언한 것은 신당 원내대표를 시켜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이어 “새누리당에 있을 때 원내대표 후보로 공감대가 있는 분들이 있었는데, 이분들이 왜 안 하려고 하는지 들어보니 나 의원이 계속 울면서 본인이 하겠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나 의원은 분당을 촉발시킨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박계 주자인 정우택 의원에게 7표 차이로 패했다.

나 의원은 발끈했다. 그는 곧바로 한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참 어이가 없다. (전날) 저녁에 이 의원이 저한테 사과 전화를 했다”며 “그런데 이게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고, 공개 사과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나 의원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하다고 한 거지 사과한 건 아니다”면서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맞받았다.

두 여성의원은 고교시절 같은 선생에게 과외를 받았을 정도로 인연이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정계입문 등 삶의 이력에서 공통분모가 많다. 나 의원이 63년생으로 이 의원(64년생)보다 한살 많지만, 1982년에 서울대 법학과와 경제학과에 나란히 입학한 대학동문이다.둘은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영입제의로 정계에 입문했다. 4선인 나 의원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고, 3선의 이 의원도 원외신분에도 불구 지난 2014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도전장을 냈었다.출중한 외모의 법조인 출신인 나의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원출신의 ‘여성 경제통'인 이 의원이 대선캠프의 매력적인 영입 대상이었지만 ‘쓰임새’는 매우 달랐다.이 것이 두 여걸의원을 틀어지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17대에 나란히 뱃지를 단 둘은 상대방에 대한 ‘라이벌의식’이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17대 의정활동을 같이한 복수의 여성 의원들에 따르면 둘은 정계 입문후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이어졌던 친분관계가 무색할 만큼 앙숙지간으로 변했다. 나 의원이 정계입문후 당 대변인 등 주요 요직을 맡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반면 이 의원은 스스로 소외감을 느꼈을 정도로 당직에서 배제됐다.

한 여성의원은 “어릴때부터 경쟁관계에 있던 나 의원이 능력보다는 외모때문에 승승장구한다고 여기면서 정치인을 떠나 한 여성으로서 열패감 등 복잡한 감정을 느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나 의원이 자리를 뜨거나 지나갈때마다 “어휴 저 여시"라고 힐난을 보냈다고 여러 의원들이 증언했다. 이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이었던 나 의원이 자신의 서울 서초갑 공천을 돕지 않은 것으로 ‘철썩’같이 믿고 있다.

이 의원이 자신과 성향및 정치적 철학이 맞지 않은 박근혜대선후보쪽으로 옮겨간 것도 나 의원과의 라이벌관계가 배경이 됐을 것이란 것이 여권내 여러 의원들의 분석이다.이 의원은 2007년 박근혜 대선후보 대변인을 맡으면서 ‘친박’으로 전향했다. 당시 이의원의 친박계 전향내막을 알고 있는 한 의원은 “같은 여성인 박근혜캠프로 가면 적어도 외모로 홀대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것 같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당시 상대후보인 이명박후보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이 의원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후 탈박(탈박근혜)로 변신,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었다.

새누리당과 개혁보수신당에 ‘둥지’를 튼 두 여성의원은 향후 조기 대선정국 곳곳에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보수신당 합류를 거부한 나 의원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선행보를 돕겠다"고 했다. 변변한 대선주자가 없는 개혁보수신당도 반 총장 영입이 지상과제다.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두 여성의원의 정치생명을 건 마지막 승부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끝) /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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