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0년 통치' 룰 깨지나
내년 후계자 지명 안할 가능성
교체 앞둔 상무위원 자리엔
측근 기용해 '1인 지배' 강화
'당 주석제' 도입설도 제기
집단지도체제 무력화할 수도
[ 베이징=김동윤 기자 ] 내년 가을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에도 권력을 놓지 않는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공산당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3연임 제한을 교묘하게 피해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일부 중국 정치 엘리트들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중국 정치의 권위주의 시대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시진핑 장기 집권 준비설 솔솔
중국 공산당은 19차 당대회에서 68세 이상이 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후임자를 선출한다. 68세 이상은 당 고위직을 맡을 수 없다는 ‘7상8하(七上八下)’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7명의 상무위원 중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5명이 은퇴해야 한다.
공산당은 관례적으로 홀수차 당 대회 때 새로 뽑힌 상무위원 가운데 다음 짝수차 당대회 때 연령 제한에 걸리지 않는 인사를 차기 국가주석 및 당 총서기 후보자로 내정했다. 시 주석과 리 총리는 2007년 17차 당대회 때 상무위원으로 발탁되면서 차기 지도자 후보로 내정됐다. WSJ는 그러나 “19차 당대회 때는 관례를 깨고 시 주석의 뒤를 이을 후보자를 내정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공산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는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전했다.
국가주석의 3연임을 금지하고 있는 중국 헌법에 따르면 시 주석은 두 번째 임기가 끝나는 2022년 이후 국가주석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처럼 2022년 이후 자신의 역할을 바꾸거나 3연임 제한 규정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장기집권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00년 대통령이 된 푸틴은 3연임 금지 규정 때문에 2008년 자신의 ‘수족’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총리에게 대통령직을 맡겼다가 2012년 다시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공산당 주석직 부활 루머도
시 주석은 장기 집권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을 핵심으로 하는 상하이방 계열이나 리 총리를 필두로 하는 공산주의청년단 계열의 적잖은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이들의 반발을 무력화하기 위해 새로 선출되는 상무위원 자리에 자신의 최측근을 대거 기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리 총리를 조기 낙마시키고 그 자리에 핵심 측근인 왕치산(王岐山) 상무위원 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기용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울러 자신의 비서실장인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판공실 주임을 중앙기율위원회 서기에 임명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정치권 소식에 밝은 홍콩에서는 공산당이 총서기제 대신 주석제를 도입해 집단지도체제 중심인 상무위원회를 무력화함으로써 시 주석의 장기 집권 기반을 다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홍콩 잡지 정밍(爭鳴)은 최신호에서 공산당 중앙정치국과 19차 당대회 준비조가 지난달 중순 ‘당 업무와 당정·국가기관 부문 개혁·발전에 관한 일부 의견 수렴안’을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당 중앙위원회 주석직을 신설하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위원장과 국무원 총리를 맡는 부주석 2명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 주석직은 마오쩌둥(毛澤東)식의 1인 독재를 막기 위해 덩샤오핑(鄧小平)이 1982년 12차 당 대회 때 폐지했다. 개혁안이 시행되면 당 주석을 맡을 시 주석은 중앙서기처를 통해 각 성(省)·시와 각 부처 당위원회에 명령을 하달함으로써 권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정밍은 분석했다. 7명의 상무위원 간 집단토론을 통해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것이다.
중국 정치 전문가인 황징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독재자의 출현을 막기 위해 집단지도체제와 임기 제한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뒀는데 시 주석은 이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이는 중국 정치의 퇴보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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