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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시그니처, 프리미엄 가전 본능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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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돌 맞은 LG 시그니처…판매 목표 2배 달성

미국·유럽 호평…LG 브랜드가치↑
냉장고·TV·세탁기 패키지로 묶어 갤러리·문화 마케팅 '취향 저격'

'가전계의 애플'되려면 아직…
조성진 부회장 진두지휘 속 내년엔 중남미 등 신흥국 공략



[ 노경목 기자 ]
LG전자의 프리미엄 브랜드 ‘LG 시그니처’가 23일 출시 1년을 맞았다. LG 시그니처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어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는 마케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으로 일찍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있다.

◆론칭 초반부터 시장 안착

LG전자는 지난해 12월23일 LG 시그니처를 선보이고 관련 제품을 잇따라 내놨다. 기존 LG전자 제품과 차별화된 상품 및 마케팅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목표에서다. LG전자는 시그니처 안착을 위해 상당한 투자를 했다. 다섯 종류의 TV광고를 내놓는 등 단일 제품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마케팅비를 쏟아부었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LG그룹 브랜드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회색을 버리고 검은색과 흰색을 강조했다.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의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는 제품 설명 없이 콘셉트만으로 ‘시그니처 갤러리’를 꾸미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 브랜드프로모션팀이 수개월간 부유층의 소비 형태를 분석하는 등 LG전자의 여러 조직이 시그니처 브랜드 성공을 위해 뛰었다.

이는 성과로 이어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시그니처 브랜드 제품의 연간 판매량이 당초 목표의 두 배를 웃돌 것”이라며 “시그니처를 중심으로 LG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서 일반 제품들도 낙수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브랜드 출시 초기 대형 백화점 등 일부 거점에 그쳤던 시그니처 제품 판매점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품 마케팅을 하면서도 ‘럭셔리’가 아니라 ‘프리미엄’을 강조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LG 시그니처는 역사와 직위 등을 강조한 럭셔리보다는, 성능과 기술이 극대화된 프리미엄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며 “지위와 상징의 과시보다 성능 중심으로 옮겨가는 소비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시그니처 전담 조직도 신설

내년 LG전자는 시그니처 제품을 아시아와 러시아, 중남미, 중동 등에도 내놓을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올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을 주로 공략했다면 내년에는 신흥국에 시그니처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이달 초 전담조직도 꾸렸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는 ‘LG 시그니처 위원회’와 H&A사업본부(가전 담당) 산하의 ‘LG 시그니처 PMO(program management officer)’다. 시그니처 위원회에서는 각 사업부에서 개발한 제품이 시그니처에 속하는지를 판단하고 마케팅 등 자원 투입을 결정한다. PMO는 시그니처 제품의 상품기획과 영업마케팅을 지원한다. 이 같은 전담 조직을 통해 보다 통합되고 발빠른 마케팅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다만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가 세계 소비자들에게 각인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각인되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며 “일관되고 지속적인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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