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 기자] 모터스포츠계의 ‘철인 3종 경기’ 2017년 월드랠리챔피언십(WRC)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1월 19일 몬테카를로랠리를 시작으로 긴 여정을 시작한다. 현대자동차 등 참가팀들도 출전 채비를 갖추고 있다. 내년도 WRC 경쟁구도의 가장 큰 변화는 4년 연속 우승팀인 폭스바겐모터스포츠팀의 철수다.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파문’으로 막대한 배상금을 물게 되면서 모터스포츠 부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폭스바겐이 빠졌지만 내년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1980~1990년대 WRC에서 활약했던 토요타와 2000년대 초반을 주름잡았던 시트로엥이 복귀했다. 포드도 신차 개발과 새로운 드라이버 영입 등 경쟁력을 높였다.
현대차는 최근 내년 시즌 투입할 신형 i20 랠리카를 공개했다. WRC의 규정 변경에 따라 i20 랠리카도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공기저항을 줄이는 에어로다이나믹 부품 사용이 완화되면서 관련 부품들이 차량에 많이 부착됐다. 또한 엔진의 출력 제한이 기존 300마력에서 380마력으로 상향 조정됐다. 차량의 무게는 25kg가량 줄일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신형 랠리카는 강한 출력과 가벼운 몸무게, 효율적인 공기저항 억제를 통해 이전보다 빠른 주행성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기존 티에리 누빌(벨기에)과 헤이든 패든(뉴질랜드) 등 간판 드라이버들과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 3년간 현대차는 랠리카의 완성도를 높였고 드라이버와 기술진들이 손발을 맞췄다. 팀워크가 갈수록 성숙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 시즌 폭스바겐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내년에는 종합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우승을 노리는 현대차의 여정이 순탄하진 않을 전망이다. 과거 WRC를 주름잡았던 도요타와 시트로엥이 복귀, 내년 경쟁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토요타는 1980~1990년대 WRC의 강자였다. 이번에 토요타 가주레이싱팀은 과거 WRC에 참가했던 코롤라 대신 야리스 랠리카를 앞세워 팀 역사상 네 번째 종합 우승에 도전한다. 토요타가 영입한 드라이버는 핀란드 출신의 드라이버 야리-마티 라트바라와 유호 한니넨으로 모두 WRC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다.
2000년대 초반 WRC를 지배했던 시트로엥도 C3 랠리카와 함께 돌아왔다. 시트로엥은 세바스찬 로에브(프랑스)와 손잡고 9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경력이 있다. 그동안 회사 경영 악화 등으로 WRC에서 발을 뺐던 시트로엥은 내년부터 모든 경주에 참가할 계획이다.
내년도 WRC의 복병은 포드다. 포드 M스포트팀 역시 규정변경에 맞게 새로운 피에스타 랠리카를 개발했고, 폭스바겐 철수와 함께 ‘실직자’가 됐던 4관왕 세바스찬 오지에(프랑스)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세바스찬 오지에는 예상치 못했던 폭스바겐 철수로 인해 당황했던 분위기를 다잡고 포드의 새로운 랠리카와 테스트 드라이브를 마쳤다. 지난 4년 간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던 드라이버인 만큼 내년에 포드가 상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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