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면세점 사업권 따낸 롯데·현대·신세계 모두
백화점과 한 건물에 입점
고객 몰려 매출 동반상승
일본·태국서도 벤치마킹
[ 강진규 기자 ]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권을 따낸 롯데, 현대, 신세계면세점은 모두 백화점과 연결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백화점(department store)과 면세점(duty-free store)이 한 건물에 들어서는 이른바 ‘DD 스토어’다. 백화점을 운영하며 형성된 상권이 면세점 영업에 도움을 주고,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고객을 자연스럽게 백화점 고객으로 유인할 수 있다는 게 DD 전략의 장점으로 꼽힌다.
◆시내면세점 75%가 백화점에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서울, 부산, 제주 시내면세점 14곳 중 백화점 건물에 들어선 면세점은 9곳이다. 지역 내에 백화점이 아예 없는 제주 시내면세점 두 곳을 제외하면 시내면세점의 75%가 ‘백화점과의 동거’를 택했다.
롯데면세점은 본점과 월드타워점, 부산점이 각각 백화점 본점, 잠실점 명품관, 부산본점에 있다. 코엑스점도 코엑스몰을 통해 현대백화점과 연결된다. 신세계면세점은 명동점이 백화점 본점 8~12층에 입점해 있고, 센텀시티점과 새로 특허를 따낸 센트럴시티점은 연결통로로 백화점과 이어진다. 새로 면세 사업에 뛰어든 현대면세점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8~10층에 면세점을 열 계획이다.
면세점이 백화점과 같은 건물에 들어서면 백화점의 유통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백화점이 영업을 하며 상권을 형성해놨기 때문에 소비자 유입이 쉽고, 유통 점포라는 점을 고려한 설계 덕분에 일반 건물보다 층고가 높아 소비자가 쾌적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백화점이 없는 곳에 입점한 갤러리아면세점63과 두타면세점이 고전하고 있고, 일반 건물을 입지로 신규 면세점 특허에 도전한 HDC신라면세점이 탈락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면세점업계의 분석이다.
◆구매력 높은 면세점 고객 유치
백화점과 면세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은 면세점이 백화점의 ‘플래그십 스토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점에서 짧은 시간 압축적으로 쇼핑하며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정하면 백화점에 들러 추가 구매하는 식으로 쇼핑이 이어진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지난 5월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점포 면적이 25% 줄었지만 지난 6~10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가량 증가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위층에서 면세 쇼핑을 한 뒤 내려오면서 백화점에 들르는 ‘샤워효과’가 나타나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면세점과 백화점의 동반 상승 효과로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백화점은 1조8000억원, 면세점은 2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면세점이 영업이 잘 되면 백화점의 외국인 대상 특별 프로모션 효과가 배가 된다”고 말했다. 용산 HDC신라면세점이 작년 12월 개점한 이후 아이파크백화점에서 사후면세 쇼핑을 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250% 증가했다.
◆일본도 한국식 ‘DD’ 전략
백화점과 면세점이 ‘동거하는’ 형태는 한국이 원조다. 해외에선 주로 공항 출국장에서 면세점을 운영한다. 한국은 백화점식 시내면세점을 앞세워 세계 면세업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한국 면세점들의 성공을 본 해외 사업자들은 올해부터 한국식 시내면세점 개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미쓰코시백화점이 올해 초 긴자점 8층에 ‘재팬 듀티프리 긴자’를 선보인 데 이어 3월에는 롯데면세점이 도큐플라자에 시내면세점을 열었다. 태국은 대형 쇼핑몰에 면세점을 입점시키는 전략으로 시내면세점을 확장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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