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 기자 ] 재계의 라이벌 삼성과 LG그룹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다. 가까웠던 삼성과 SK의 관계는 ‘중국 변수’로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LG디스플레이에 LCD 패널 공급을 타진했다. 샤프가 내년부터 패널 공급 중단을 통보한 상태여서 공급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LG 패널을 쓰는 건 처음이다. 2007년 양사 간 협력 논의가 있었으나 패널 공급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가 악화된 지난 10월께 LG화학에 배터리 협력을 요청했다. LG 부품사들은 LG전자의 실적 악화로 애플 이외엔 마땅한 납품처를 찾지 못해 삼성 측 요청을 숙고 중이다. 두 그룹은 1969년 삼성이 전자업에 진출한 이후 치열한 경쟁관계였다.
반면 삼성과 SK와의 관계는 예전같지 않다.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1위 스마트폰 공급회사인 삼성전자는 수십년간 밀월 관계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도 친하다. 하지만 2012년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하게 된 데다 최근 SK텔레콤이 삼성전자 라이벌인 중국 화웨이의 기지국 장비를 들여올 가능성이 제기돼 두 그룹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최 회장은 올초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창업자)과 만나 포괄적인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삼성전자에 LCD패널 공급을 끊겠다고 통보한 샤프 대주주 훙하이와의 관계도 긴밀하다. 훙하이는 2014년 3810억원을 투자해 (주)SK와 합병한 SK C&C 지분을 확보했다. 훙하이는 (주)SK의 4대 주주(지분 약 3%)다.
지난해 (주)SK와 훙하이 자회사 폭스콘은 홍콩에 합작법인 FSK홀딩스를 세워 중국 물류시장에 진출했다. (주)SK는 폭스콘 공장의 스마트화 작업도 맡고 있다.
최 회장과 궈타이밍 훙하이 회장이 만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보도되기도 했다. 궈 회장은 “반(反)삼성 동맹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인물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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