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석 기자 ]
이세돌 9단(33·사진)은 13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개막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해 굉장히 아쉬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9단은 지난 3월 인류를 대표해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을 펼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세계대회에서는 우승에 실패했다. 응씨배와 삼성화재배에서는 4강에 머물렀다. 국내 랭킹도 2위에서 3위로 밀려났다.
이 9단은 “응씨배와 삼성화재배 4강전에서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며 “그렇다고 승부수를 던져보지도 않고 포기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당장 은퇴하는 건 아니다”며 “내후년쯤을 정리하는 해로 삼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어 “은퇴 기준을 확실히 말하기는 어렵지만 바둑의 전체적인 부분과 성적, 저의 정신 상태를 종합해봐야 할 것 같다”며 “성적이 50% 정도라면, 나머지 40~50%는 제가 개인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성과도 있었다. 알파고와 대결한 이후 바둑 이외에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 것도 그중 하나다. 이 9단은 “알파고 대결 이후 여러 좋은 경험도 있었으나 개인적으로는 부담도 있었고, 그것을 이기지 못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며 “내년에는 정말 부담 없이, 바둑에만 집중해 원 없이 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알파고 대결과 함께 중국 랭킹 1위 커제 9단에게 잇따라 패한 것도 이 9단이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그는 “사실 전에는 어느 정도 바둑에서 이룰 것은 다 이뤘다는 마음을 가졌는데 커제, 알파고와 대결하면서 ‘풀려 있던 것을 잠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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