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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눈] 버스타고 떠난 이탈리아…ECB·Fed에 베팅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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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영 기자 ]

지난 주 후반부터 전세계 금융시장을 집중시켜 온 이탈리아의 국민투표가 부결될 위기에 빠졌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헌법 개정을 위해 치른 국민투표에서 '패배'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를 구경한 덕분일까.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증시도 비교적 조용하다는 평가다.

'12월 주식시장'의 운명은 오는 8일 열리는 유럽 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와 그 다음주로 예정된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5일 외신에 따르면 상·하원에 동등한 권한을 부여한 현행 헌법을 바꿔 상원의원 수를 줄이고 중앙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탈리아 개헌안은 부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치러진 개헌 국민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반대가 54∼58%로 찬성(42∼46%)에 비해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국민투표 패배를 인정하고,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렌치 총리가 이끌던 은행개혁 및 지원 중단이 점쳐지면서 이탈리아 은행들을 크게 걱정하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다.

이은택 SK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그러나 "최근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안정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할 시기"라며 "이는 투표가 부결되더라도 ECB 완화 정책에 베팅하는 저가 매수 세력이 힘을 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탈리아 투표 결과 이후에 ECB 회의가 예정돼 있는데 시장에선 양적완화(QE)의 6개월 연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면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여러 번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은행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인물"이라고 전했다.

드라기 총재가 QE를 연장하는 동시에 은행의 규제 완화 및 자금투입 등의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전망이다. 이탈리아 투표 부결 이후 금융 안정을 위해 이탈리아 채권을 집중 매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임혜윤 BNK투자증권 시황담당 연구원도 "개헌 부결 시 이탈리아 정국 혼란과 함께 은행권 부실 문제 및 유럽연합(EU) 탈퇴 우려가 재부각될 수 있지만, ECB 통화정책회의를 기점으로 이러한 불확실성은 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ECB뿐 아니라 미 FOMC(14~15일) 역시 신흥국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안정을 되찾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은택 연구원은 "미 중앙은행의 코멘트는 매우 완화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에서는 최근 금리 급등 현상을 마치 경기 회복의 신호탄처럼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며 "현재 시장에서 형성돼 있는 자연이자율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지금처럼 금리가 급등할 경우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긴축적인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주식전략 담당 연구원은 ECB보다 FOMC에 증시의 향방이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정치적인 문제로 인한 충격은 발생하더라도 일시적일 것이고, 앞으로 관심은 FOMC로 쏠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12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현재 컨센서스(시장의 기대치)인 '내년 1~2차례 정도의 추가 인상(baby step)'이 확인될 경우 현재와 같이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먼저 반영, 급등했던 미국 2년물 국채금리 상승(고점 1.15%, 현재 1.10%)과 달러 강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국내 증시의 반등 전망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 연구원은 "ECB와 FOMC를 차례로 거치면서 통화정책 이벤트의 소멸 효과로 달러화 강세 사이클도 약화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달러화 지수의 신고가 행진이 주춤해지면 이머징통화지수의 하락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非)달러자산의 매도세가 줄어드는 동시에 이머징마켓의 지수 하락 분위기도 반전될 것"이라며 "코스피(KOSPI)의 하락 둔화 또는 반등 기회 모색으로 연말 주가 복원을 기대하는 요인이 많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신증권은 ECB와 FOMC 이전의 단기 불확실성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증권사 이경민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이탈리아 국민투표를 제외한 나머지 대내외 여건은 우호적"이라며 "가장 먼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합의로 인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웃돌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인플레이션 환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와 더불어 미국의 소비와 고용 환경 역시 탄탄하다는 것. 이탈리아 국민투표라는 먹구름이 걷히고 나면 지금까지 우호적인 대내외 환경이 코스피지수의 반등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시장은 경기에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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