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조 슈퍼예산' 집중 분석
정부 예산안 대비 증감액 따져보니…
구직·산재보험급여 등 민생 관련예산 크게 줄여
'최순실' 예산 대폭 삭감…21개 분야에서 절반 깎여
의원들 쪽지예산 여전…국회에서 증액·신설된 지역관련 사업 300개 넘어
[ 김주완 기자 ]
내년도 ‘400조원 슈퍼예산’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12월2일을 넘겨 3일 새벽 4시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예산안을 보면 정부가 당초 올린 예산안 가운데 주요 민생 예산이 대폭 깎이고 선심성 지역 예산은 크게 늘어났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5조원 이상을 증액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여야는 본회의 처리 후 “협치로 민생 예산을 마련했다”고 홍보했지만 올해도 지역구 민원 예산 챙기기에 몰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 예산 줄줄이 깎이고
국회를 통과한 내년 국가 예산(지출 기준)은 400조5000억원으로 정부안(400조7000억원)보다 2000억원 줄었다. 올해 본예산 기준 예산(386조4000억원)보다는 14조1000억원(3.7%) 늘었다.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총 예산보다는 5조2000억원(1.3%) 증가했다.
이번 예산 심사에서 국회가 삭감한 정부 예산은 5조4170억원이다. 보건·복지·고용(130조원→129조5000억원), 문화·체육·관광(7조1000억원→6조9000억원), 일반·지방행정(63조9000억원→63조3000억원) 등 3개 분야 예산이 줄었다. 액수로는 국채이자 비용 6912억원과 예비비 5000억원 등 순으로 가장 많이 삭감됐다. 두 사업 모두 매년 정부가 국회에 증액 예산을 마련해주기 위해 적정액보다 많이 잡는 예산이다.
민생 예산도 대폭 깎였다. 구직급여와 산재보험급여 예산이 각각 3262억원과 1281억원 감소했다. 정부 관계자는 “둘 다 노동개혁 법안 통과를 전제로 잡은 복지 예산인데 최근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심의에서 제외하면서 관련 예산도 전액 깎았다”고 말했다. 또 기초수급생활자 취업 지원(50억원 감액), 장애인 취업 지원(39억원), 지역아동센터 지원(36억원), 소녀보건사업(12억원) 등의 예산도 줄었다.
정치권은 논란이 된 ‘최순실 예산’도 대폭 삭감했다. 해당 사업 21개 3057억원 중 1637억원(53.5%)을 깎았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연루된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예산은 1278억원에서 779억원으로 감액됐다. 또 ‘위풍당당 콘텐츠 코리아펀드 출자’와 ‘재외 한국문화원 운영’ 예산은 각각 270억원과 115억원 삭감됐다.
◆지역구 예산만 대폭 늘어나
반면 국회가 증액한 예산 규모는 5조4170억원이다. 역대 최대다. 학교시설 개선 등 정부안에 있던 사업이지만 교부 방법 변경으로 국회 감액과 증액에 모두 잡힌 1조4000억원 정도를 제외해도 4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증액 규모(3조5219억원)보다 5000억원 가까이 많다. 그만큼 정치권에서 당초 정부안에 없던 예산 사업을 많이 집어넣었다는 얘기다. 국회에서 증액하거나 새로 추가한 사업 중 지역 관련 사업은 300개가 넘는다.
막판에 추가된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제외하면 사회간접자본(SOC) 분야가 40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대부분 지역구 민원과 관련한 예산이다. 호남고속철도(증액 655억원), 보성~임성리 철도(650억원), 서해선 복선전철(650억원) 등 순으로 많이 증가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증액보다 훨씬 어렵다는 신규 추가 사업도 수두룩했다. 인덕원~수원 복선전철(163억원), 동부간선 광역도로(100억원), 김해 초정~화명 광역도로(55억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50억원) 등은 정부 예산안에는 없었지만 최종안에 포함된 사업이다.
국회에서 새로 집어넣은 소액 SOC 예산도 여전했다. 국회 관계자는 “처음엔 예산이 적지만 공사가 시작되면 수백억원이 자동으로 투입돼 지역구에 알리기 좋은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강원 화천 지촌~사내 국도(5억원), 양구~원통 국도(5억원), 천안 직산~부성 국도(5억원 등) 등 관련 사업은 30개가 넘는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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