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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미러클 재현하려면 정치적 불확실성부터 제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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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원로들의 조언

외환위기 극복 주역들이 제시하는 국정혼란 해법
진념 전 부총리, 기업 뛸 수 있도록 족쇄 풀어야
이헌재 전 부총리, 경제 충격 버틸 재정여력 필요
강봉균 전 장관, 정치·사회 변혁 있어야 새 도약
이규성 전 장관, 단기처방 아닌 큰 그림 그려야



[ 황정수 기자 ]
안팎의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면서 국가적 위기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년 전 외환위기 극복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과거 위기 극복 경험을 통해 총체적인 난국에 처한 한국호(號)의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1998년 초대 경제팀 수장을 맡았던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 금융감독위원장으로서 강도 높은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한 이헌재 전 부총리, 위기 관리의 모범 답안을 제시한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위기 졸업장’을 받아든 진념 전 부총리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3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코리안미러클4: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 발간 보고회에 참석, 정치 소용돌이로 인한 국정 혼란에 대해 “더 이상 한국의 기적(코리안 미러클)을 말하기가 부끄럽다” “리더십의 위기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며 고언을 쏟아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제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정책담당자들의 육성을 통해 발전 역사를 기록한 ‘코리안 미러클’ 시리즈를 발간해오고 있다. 이번이 네 번째 책이다.

리더십 부재 원인은 ‘사람’

코리안미러클 편찬위원장인 강 전 장관은 현 상황에 대해 “부끄럽다”고 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구조개혁을 통해 기본 토대를 탄탄히 구축했다고 자부했는데 알고 보니 ‘사상누각’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잠재력은 날로 악화되고 시장경제 질서도 확립됐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더십’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진 전 부총리는 “위기 당시 경제팀은 대통령에게 ‘아닌 것은 아니다’고 얘기했고 대통령은 경제팀에 힘을 실어줬다”며 “현재 불거진 리더십 문제의 원인은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팀워크도 강조했다.

진 전 부총리는 “‘미증유의 경제위기’라는 당시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좌절하지 않고 바로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경제팀의 ‘팀워크’”라며 “경제팀 사이에서도 의견이 달랐지만 방향이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희망을 잃기엔 이르다며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정치·사회의 변혁이 있어야 새로운 도약과 구조개혁의 찬스가 생긴다”며 “정치 불확실성을 없애고 경제가 정치에서 벗어나 굴러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 한국 경제는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개혁 우선순위 정해야

재도약의 구체적인 해법은 다양했다. 이 전 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버퍼(완충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기에 대응하려면 재정에도 충분한 버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개혁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이 전 장관은 “현재의 어려움은 소비진작 등 경기 대응책만으론 안 된다”며 “새로운 이념의 설정, 거기에 따른 구조개혁,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같이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4대 부문 구조개혁을 외쳤지만 실체가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진 전 부총리는 “외환위기 때는 구조개혁과 관련해 아주 간명하고 구체적 메시지를 보냈지만 지금은 담론만 있고 구체적 실천 계획은 없다”며 “우선 해야 할 것을 선정해 공략하고 성과를 내는 것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엔 결단력 필요

정부가 진행 중인 구조조정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이 전 부총리는 “대우조선해양 문제가 불거졌는데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자를 건 자르고 살릴 건 살려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구조조정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경쟁력을 잃은 분야는 상시적으로 퇴출하고 새로운 경쟁력을 갖춘 분야는 상시적으로 진입이 가능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국가 기강을 바로세우는 데 공무원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진 전 부총리는 “공직자의 ‘영혼’에 대해 회자되는 것이 정말 가슴 아프다”며 “정치권이 시끄러울수록 공직자들이 눈치를 보기보다 나라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선 기업이 뛸 수 있도록 정치권력의 족쇄로부터 해방시켜주는 노력과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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