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초강수에 등 터지는 기업
사상 처음 압수수색 당해
관료들 검찰 수사방향 촉각
[ 황정수 기자 ] 24일 오전 10시께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5층 1차관실에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수사관 3명이 들이닥쳤다. 같은 시간 10여명의 검찰 수사관은 6층 정책조정국과 4층 관세제도과도 급습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압수수색 물품이 있는 공간이니 취재진이 들어오면 공무집행방해”라고 엄포를 놓고 사무실 문을 걸어 잠갔다. 굳게 닫힌 문은 검찰 관계자들에게 ‘호출’을 받은 기재부 직원이 출입할 때를 제외하곤 늦은 시간까지 열리지 않았다.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재부가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기재부가 올해 초 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방침을 세우는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이 불거져서다.
압수수색 대상이 된 관세제도과와 정책조정국, 1차관은 모두 면세점 특허 정책에 관여한 곳이다. 관세제도과는 관세청과 함께 면세점 정책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1차관은 면세점 정책의 실질적인 책임자다. 정책조정국은 지난 3월 말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면세점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 것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은 사전 조율 없이 기습적으로 단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1차관실에 들이닥친 수사관들은 기재부 전산을 담당하는 정보화담당관실 직원을 수시로 불러 “기재부 중앙서버에 저장돼 있는 최상목 차관의 메신저 내용을 가져오라”는 등의 지시를 내렸다. 서류 보관함의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일부 직원이 드릴을 갖고 들어가기도 했다.
컴퓨터 보안 프로그램을 해제하기 위한 디지털 포렌식(분석·복원) 전문가를 투입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기재부 직원들은 검찰의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취재진과 마주친 관세제도과 직원은 “검찰이 면세점 정책을 살펴보는 것 같다”며 황급히 사무실 문을 닫고 들어가기도 했다. 기재부의 한 과장은 “이런 상황에서 무슨 정책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세종=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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