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21일(05:27)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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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의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동부익스프레스 자회사인 동부인천항만(인천 북항 운영업체)이 해양수산부와 체결한 최소운영수입보장(MRG)계약이 매각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동원 측은 MRG 계약이 인수 후 불리하게 변경될 것을 우려해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지만, 매각 측은 “인수자의 문제”라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B프라이빗에쿼티(PE)가 매각을 추진 중인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계약 체결 기한은 지난주로 만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은 계약시점은 지났지만 서로의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계속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지연된 것은 동원그룹 측이 인수가격 900억원 가량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동원그룹은 지난 9월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받고 그동안 예비실사를 진행해 왔다. 제시한 인수가격은 4700억원이다.
동원그룹 측이 제시하는 가격인하 요인은 동부익스프레스 자회사 동부인천항만의 MRG계약이다. 동부인천항만은 인천 북항 운영업체로 해양수산부와 MRG계약을 맺고 있다. MRG계약은 해양수산부가 항만 운영업체들이 손실을 볼 경우 손실액 일부를 보전해주는 형태의 계약이다.
하지만 동부인천항만이 최근 지속적으로 손실을 기록하면서 헤양수산부의 손실보전액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300억원 가량의 손실금을 부담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MRG계약 조건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동부인천항만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동원그룹이 동부인천항만을 소유하게 될 경우 해양수산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동원그룹이 수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라 해양수산부와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CJ대한통운도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 참여를 지난해 검토했지만 같은 이슈 때문에 인수를 철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CJ대한통운 역시 해양 물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해수부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동원그룹 측은 인수 후 MRG 손실보전금을 일부 부담해야한다는 이유로 매각 측에 가격인하를 요구했다. 하지만 매각 측도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매물인 동부익스프레스 자체의 이슈가 아니라, 인수 측이 가지고 있는 기업가치 할인요인이기 때문에 매각가를 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자칫 동원 측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KTB PE의 출자자(LP)로부터 항의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인수자가 해양수산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는 기업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이 거래가 진행될 수 있다”며 “양측이 막판 협상 타결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호/좌동욱 기자 highk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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