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집·사무실을 하나로
IoT 기술 접목해 시스템 원격제어
글로벌 자동차·IT기업 생존경쟁 돌입
[ 김순신 기자 ]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제네시스 G90(국내명 EQ900)을 모는 직장인 세라 존스 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집 안에서 원격으로 자동차 히터를 틀었다. 추운 아침 출근하기 위해 자동차 전면 유리에 낀 성에를 제거하는 일이 성가시게 느껴져서다. 존스 씨는 시동을 걸기 위해 스마트키가 아니라 원통형 스피커처럼 생긴 아마존 ‘에코’를 향해 “알렉사. 실내 온도를 76℉(약 22도)에 맞추라고 제네시스에 말해줘”라고 말했다. 곧바로 차에 시동이 걸렸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개인비서 서비스인 ‘알렉사’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제네시스와 집을 연결해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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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에서 집과 사무실 원격통제
알렉사는 일종의 음성인식 비서다. 에코 등 전용 기기에 명령하면 집 안의 전등을 켜거나 음악을 트는 등 다양한 ‘스마트홈’ 기능을 수행한다. 알렉사는 집 안에서 밖에 있는 차의 시동을 켜거나 끄고 문을 잠그고 여는 기능도 제공한다. 경적을 울리고 헤드라이트를 켤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 출시하는 모든 차에 알렉사를 탑재할 계획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이 같은 커넥티드카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르노 등은 이미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의 ‘카플레이’ 등을 통해 스마트폰과 차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차량 디스플레이에 미러링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한 지도·내비게이션, 문자메시지, 음악감상, 인터넷 검색 등을 즐길 수 있다.
커넥티드카 기술은 차를 매개로 교통시스템, 집, 사무실 등을 하나로 묶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벤츠는 2014년 주거 자동화 전문회사인 네스트(Nest)와 협력해 자동차가 집에 가까이 가면 집 안의 전등을 켜거나 난방기를 작동시키는 지오펜싱 모델을 선보였다. BMW는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커넥티드 드라이브’로 자동차를 스마트홈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벤츠, 도요타 등은 차량 간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 교통 혼잡 및 도로의 돌발 상황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를 차량에 장착했다.
초연결 지능형 커넥티드카 시대 임박
커넥티드카가 자동차산업의 미래로 여겨지면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보기술(IT) 기업과 완성차 업체 간 협력도 늘고 있다. 초연결 지능형 커넥티드카 시대가 임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커넥티드카 개발을 위해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와 손잡았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초연결 지능형 커넥티드카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BMW는 삼성전자와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포드는 아마존과 손잡았고, 볼보와 르노닛산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하고 있다.
LG전자는 폭스바겐그룹과 협력해 차량을 외부 기기와 연결하는 커넥티드카 서비스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두 회사는 차와 스마트홈을 한데 묶는 기술을 개발해 운전자가 차 안에서 자기 집 안의 조명이나 보안시스템, 가전제품 등 스마트 기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커넥티드카 솔루션인 ‘삼성 커넥트 오토’를 공개한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미국의 자동차 전장부품 업체인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일본 도요타는 MS와 함께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에 ‘도요타 커넥티드’라는 회사를 세웠다. 도요타는 또 커넥티드카에서 고품질의 안정된 통신을 위해 일본의 이동통신회사 KDDI와 함께 기존 로밍 서비스 등에 의존하지 않는 글로벌 통신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IT업계에서 커넥티드카 분야의 선두 업체는 구글과 애플이다. 구글은 아우디와 혼다, GM 등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연합체인 ‘열린자동차연합(OAA)’을 꾸려 IT와 자동차 기술 ?결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 커넥티드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초고속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동차. 다른 차량이나 교통 인프라 등과 각종 정보를 주고받으며 안전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기반 기술로도 활용된다. 차량을 스마트폰, 집, 사무실 등과 연결해 사무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 자동차’로도 불린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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