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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시대] 기로에 선 한·미동맹…"당리당략 싸움 멈추고 국익부터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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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자중지란…국정공백 장기화 우려
"위중한 경제, 컨트롤타워 복원" 목소리 커져
거대 야당 "진상규명이 우선" 길거리 투쟁에 나서

김형오 전 국회의장 개탄
"지금 정치권엔 걱정하는 척 즐기거나
책임 모면하려는 부류밖에 없다"



[ 홍영식 / 박상익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한·미동맹이 기로에 선 상황에서 한국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갇혀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시대’가 한·미 경제, 외교, 안보 등 여러 분야에 큰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최순실 파문’에 따른 국정 공백사태를 해소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북한 핵 문제 등 눈앞에 닥친 현안들에 대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회 추천 총리’를 둘러싼 정쟁과는 별개로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경제 컨트롤타워를 하루속히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권은 위기의 물길을 내기보다 물줄기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순실 내환(內患)’에 준비 없이 맞이한 트럼프 시대의 외환(外患)까지 겹쳤으나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파적 이해관계를 따지며 힘겨루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은 입으로는 ‘풍전등화’라고 하지만 경제·안보가 어찌 되든 국가적인 혼란을 틈타 선명성 경쟁에 나서 대선 유·불리 셈법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당장 임종룡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조속한 청문회 개최를 두고 여야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제와 정치를 분리해 임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 절차를 우선 진행할 것을 야당에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총리 문제와 별개로 임 후보자를 조속히 임명해 위기 국면에서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동의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총리와 패키지로 가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고수하고 있다.

박완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들이 야기한 총체적인 위기 해소가 급선무”라고 못 박았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민심이 워낙 강해 트럼프 당선이 최순실 정국을 덮지 못할 것”이라며 “트럼프는 트럼프, 최순실은 최순실”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이 기존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의 염원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며 이를 ‘촛불민심’에 비유했다.

야당은 장외집회가 열리는 12일까지 대통령의 2선 퇴진이 없다면 정권퇴진 투쟁에 동참할 계획이다. 진지한 대화는 없이 ‘노(No)’만 외치며 ‘촛불시위’에 기대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이 찔끔찔끔 수습책을 내놓는 것도 문제지만, 야당이 또 다른 조건을 내걸며 요구 수준을 높여가는 ‘살라미 전술’을 펴고 있는 것도 수권정당의 모습이 아니란 지적이다. 야당이 ‘최순실 파문’을 계기로 ‘대통령 고사(枯死) 전략’에 돌입해 정국 주도권을 내년 대선까지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의 기능을 상실했다.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라고 했던 친박(친박근혜)계는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국 수습에 팔을 걷기보다 친박-비박(비박근혜)계의 싸움질로 날을 새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금 정치권에는 현 상황을 걱정하는 척하면서 즐기는 부류와 걱정하는 척하면서 책임을 모면하려는 부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또 “자기희생적이고 헌신적인 리더십이 절실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책임을 모면할까, 혹은 사태를 더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쓰레기 속에 꽃마차를 탈까 하는 부류만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한 전 외교부 차관은 “중량감 있는 인사로 특사단을 꾸려 미국에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담당 책임자를 차관으로 승격하고 대미 통상외교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식 선임기자/박상익 기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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