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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물류대란 뒷북대응 3조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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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체선박 확보도 없이 압류금지 신청도 지연

비상대응팀 발족했지만 막상 법정관리 들어가니 하역거부·가압류 잇따라
하역비 재원마련 놓고 정부·한진해운 공방에 수출입업체 피해 커져



[ 오형주 기자 ] 정부가 8일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하역이 95% 이상 완료됐다고 선언했다. 지난 8월31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촉발된 물류대란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그러나 섣부른 법정관리 결정과 뒷북 대책으로 글로벌 해운물류 대란을 초래한 정부가 제대로 된 반성 없이 하역 완료를 자축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법정관리 후 1주일 허비한 정부

정부의 한진해운 물류대란 대응은 첫 단추부터 꼬였다. 당시 정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파산을 염두에 두고 수개월 전 마련했다는 ‘컨틴전시 플랜(비상운송계획)’에 따라 해양수산부에 비상대응팀을 마련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 범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글로벌 해운물류 전반의 마비를 불러올 만큼 큰 피挽?초래했다. 한진해운 선박이 기항하는 43개국 항만에서 하역 거부와 선박 가압류 등 사태가 줄을 이었다.

정부는 물류대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지난 9월4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9개 부처가 참여하는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뒤늦게 발족시켰다.

1주일간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물류대란 대처에 가장 중요한 대체선박 확보와 압류금지 명령(스테이오더) 신청 시기를 놓쳐버렸다. 한진해운은 국내 법원의 법정관리가 개시된 9월1일보다 이틀이나 지난 3일 미국 법원에 압류금지 명령을 신청했다. 미국 롱비치항에서 하역이 재개된 것은 11일이었다. 일본·영국(5일), 싱가포르(9일), 독일(13일) 등 주요국 항만에 대한 신청은 더 늦었다. 대체선박 20척 투입, 화물 수송기 증편 등의 결정이 내려진 것은 법정관리 8일 만인 9월7일 관계장관회의에서였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예상됐다면 적어도 며칠 전부터 대체선박을 미리 확보하고 각국 법원에 대한 압류금지 요청을 준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정부와 한진그룹 간 하역비 재원 마련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사이 화물을 가득 실은 86척의 한진해운 배가 정박할 항구를 찾지 못해 바다를 떠다니는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이 계속됐다.

○화물 10%는 아직 인도 못해

대책이 늦어지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었다. 한진해운에 해상운송을 의지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컸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는 북미 수출물량의 56%, LG전자는 23%를 한진해운에 맡겼다. 지난달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 청산으로 인한 매출 소멸, 환적화물 감소, 운임 폭등 ?피해액을 총 20조원으로 추산했다.

하역이 거의 마무리됐지만 화물 중 3만5000TEU(1TEU=6m짜리 컨테이너 1개)는 아직 화주에 인도되지 못했다. 하역 대기 중인 화물 1만8000TEU까지 합하면 계약화물의 10%가 넘는 5만TEU 규모 화물이 두 달째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다.

가압류된 선박의 처리 문제도 남았다. 하역을 완료하지 못한 컨테이너선 3척 중 1척은 해외 항만에, 2척은 국내에 짐을 내릴 예정이다. 국내에 들어오려던 2척은 중국과 캐나다에 각각 가압류돼 있다. 이미 하역을 완료한 선박까지 포함하면 가압류된 선박은 총 5척이다.

선원들을 무사히 귀환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다. 한진해운에 선원관리 책임이 있는 선박 45척의 선원 수는 한국인 377명, 외국인 394명 등 총 771명이다.

오형주 경제부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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