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겨냥한 발언 해석
"김영란법 이후 사회 전체 위축…공직자 아니면 규제 대상 아냐"
[ 고윤상 기자 ] 김영란 전 대법관(사진)은 3일 “측근을 이용한 리더에게 책임을 직접 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인 김 전 대법관은 이날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세계변호사협회(IBA)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법에도 때로는 과격한 발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며 “측근의 비리로만 돌리고 이를 활용해 당선된 사람, 이익을 얻도록 방치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의 이 같은 발언을 놓고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김 전 대법관은 2013년 초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한 대담을 소개하며 “측근을 통제하지 못한 책임은 그 사람에게 있지 않은가. 형사법상 양벌규정을 응용해 비슷한 법리를 만들어 선출직 공무원에 ?직접 책임을 물을 방법을 강구하면 어떨까 얘기했었다”고 부연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과정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에는 솔직한 평가를 내놨다. 김 전 대법관은 “이 법이 시행된 지 한 달 남짓 흘렀는데 두 가지 현상이 뚜렷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첫째는 법 위반으로 처벌받지 않을까 두려워 사회 전체가 지나치게 움츠리고 있다”며 “직무 관련이 있는 공직자 등을 접대하거나 선물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이지, 공직자 등이 아닌 사람을 규제하는 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법에 대한 국민의 지나친 기대를 경계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 법이 우리 사회의 거대한 부패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이 법은 어디까지나 청탁이나 과도한 금품 수수 등을 거절하고 신고하게 하는 장치로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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