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릴 때마다 부동산·원자재·곡물로 옮겨다녀
상하이 집값 33%·철광석 50%↑
경기 띄우려고 시중에 푼 자금, 투기로 변질돼 자산가격 폭등
부채비율 급격히 높아진 중국, 금융시스템 위기 올 수도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마늘 콩 철광석 등 각종 상품 가격도 번갈아가며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4년 11월 이후 경기부양을 한다며 시중에 푼 자금이 실물경제가 아니라 투기에 대부분 흘러들어간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잇따른 ‘미니 거품’ 현상은 거대한 자산 거품 형성의 전조라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철광석·콩·마늘 번갈아가며 급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증권·부동산·원자재·곡물·미술품·골동품 등의 시장에서 거품현상이 연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가장 눈에 띄게 거품이 낀 곳으로는 부동산시장을 꼽았다. 베이징의 신규주택 가격이 최근 1년 새 27.8% 급등한 것을 비롯해 상하이(32.7%) 선전(34.1%) 샤먼(46.5%) 등 주요 대도시 집값은 30~40%대 이상급등 현상을 보였다. 이를 우려한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지난달 초 국경절 연휴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부동산시장 안정책을 발표 杉?
원자재시장에서는 철광석 선물 가격이 올 들어 4월까지 50% 급등세를 보인 이후 5월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파이프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PVC 가격도 올 들어 40% 뛰었다.
농산물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돼지 사료로 사용되는 대두박 선물 가격은 지난 5월 한 달간 40% 폭등했다. 이 기간 거래된 대두박 거래량은 약 6억t으로 중국 전체 1년 소비량보다 많았다. 2014년 ㎏당 5위안(약 841원) 하던 마늘 가격은 최근 13위안(약 2188원)으로 치솟았다.
중국 주식시장은 일찌감치 거품을 경험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014년 6월부터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해 1년 만에 두 배로 급등한 뒤 작년 7월 말 이후 급락세로 돌아섰다.
◆저금리 정책이 불러온 후유증
중국에서 이 같은 거품현상이 연속 발생하는 것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증가한 시중 유동성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4년 11월부터 각각 여섯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통화완화정책을 통해 풀린 유동성 대부분이 실물경제로 유입되지 않고 단기부동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본원통화와 요구불예금으로 구성된 협의의 통화(M1) 증가율이 M1에 준(準)통화(저축성예금+정기예금+기타예금)를 더한 광의의 통화(M2)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현상이 올 들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때문이란 설명이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는 진단도 내놨다.
중국의 자산가격 거품이 급속한 부채 팽창과 함께 이뤄진다는 점은 더 큰 문제로 꼽힌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추정에 따르면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부채비율은 2008년만 해도 154%였지만 올 상반기 260%로 높아졌다.
늘어난 부채의 상당 부분은 증권, 부동산, 원자재, 곡물시장 등으로 흘러들어가 거품을 형성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이 급락하면 전체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는 구조다.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우리가 지금 거품 속에 있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면서도 “역사적으로 ‘미니 거품’의 연속적인 출현은 ‘대(大)거품’을 암시하는 좋은 신호였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예의주시해야”
중국 정부와 공산당 최고위층에서도 자산가격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긴 하다. 중국 공산당의 핵심 인사로 구성된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지난 7월 회의 뒤 이례적으로 “향후 자산가격 거품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권위있는 인사’도 5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부채와 자산가격 거품을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하면 금융시스템 위기와 실물경기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는 중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장악력, 낮은 자본시장 대외 개방도 등을 감안하면 자산가격 거품이 전체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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