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최고수준 엘리트 입성
와튼·컬럼비아 출신도 각 3명
IB·컨설팅 업계 경력자 '절반' 회계사 20%·변호사 9% 달해
"PEF 운용은 종합예술"
저평가 기업 골라 가치 극대화
안목과 능력만으로 '대박' 가능…최고 인재들 도전정신 자극
[ 유창재 / 이동훈 / 김태호 기자 ] “사모펀드(PEF) 투자는 종합 예술이에요. 스마트한 사람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하죠.”
한 토종 PEF 대표는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컨설턴트였다. 회사에 남아 있었더라면 대표 자리를 노릴 수 있었고, 대기업으로 옮겨도 고위 임원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뜻이 맞는 동료들과 창업을 택했다. “기업 인수합병(M&A)부터 경영 전략 수립, 실행까지 모두 총괄하는 사모펀드 운용역은 연봉에 관계없이 도전해 보고 싶은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투자은행(IB) 뱅커, 컨설턴트, 변호사, 회계사 등 IB업계를 경험한 전문직이라면 대부분 ‘언젠가 한번은 사모펀드 운용사를 차리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업계 최고 엘리트들의 집결지
한국경제신문이 전수 조사한 23개 주요 PEF 운용사의 대표급 파트너 46명은 굳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장래를 보장받은 사람들이었다. 국내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36명) 중 86%(31명)가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다. 41%인 19명은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 등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 등이 HBS를 졸업한 수재들이다. 박영택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 회장과 이정우 베인캐피털 전무, 송경섭 큐캐피탈파트너스 부사장은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을 나왔다.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는 컬럼비아대 MBA를 졸업했다.
다니던 직장도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곳이었다. 사모펀드 대표들이 다닌 첫 직장은 IB와 컨설팅회사가 각각 11명(24%)으로 가장 많았다. 사모펀드 투자는 M&A 등 숫자를 다루는 일과 경영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IB업계와 컨설팅업계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회계사나 변호사로 IB업계에서 일하다 사모펀드업계에 뛰어든 사람도 많았다. 법률 및 재무 자문으로 M&A 과정을 지켜보다가 사모펀드 투자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이다. 조사 대상 46명 중 회계사 출신은 9명(20%), 변호사 출신은 4명(9%)이었다. 회계사 중에서는 삼정KPMG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삼일회계법인 3명, 딜로이트안진 2명 등 모두 ‘빅4’ 회계법인 출신이었다. 변호사도 4명 중 3명은 김앤장 출신이었다. VIG파트너스를 이끌고 있는 박병무 대표와 김광일 MBK파트너스 대표가 김앤장에서 M&A 경험을 쌓고 사모펀드업계에 뛰어든 대표적인 인물이다.
컨설턴트 출신 11명 중에서는 맥킨지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다. 임형석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전무, 안상균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대표, 이상훈 AEP 한국 대표 등이다. 베인앤컴퍼니(2명) 보스턴컨설팅그룹(1명) 등 소위 ‘빅3’ 컨설팅회사 출신이 80%를 넘었다. 각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인재들만 PEF업계에 입성하는 셈이다.
◆운용역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사모펀드업계에 국내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첨단 금융과 경영 기법이 총망라된 사모펀드 업무의 ‘종합예술적’인 성격 때문이다. 사모펀드 운용역들은 저평가된 좋은 회사를 발굴한 뒤 인수를 성사시켜야 하고, 최선의 경영 전략을 수립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후 가장 많은 값을 쳐주는 원매자를 찾아 기업을 되파는 일까지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업무가 없다. 한 외국계 사모펀드 파트너는 “그래서 사모펀드 운용역을 모든 악기의 특성을 이해하면서도 전체를 이끌 수 있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교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성과 경험을 모두 갖춰야 하다 보니 첫 직장부터 사모펀드에 입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사 대상 46명 중 다른 사모펀드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이 35%(16명)에 달했다. 대기업이나 로펌에서 일하다가 IB에서 경험을 쌓고 사모펀드업계로 입성한 사람도 많았다. 사모펀드 파트너들의 평균 나이는 48세였다.
유창재/이동훈/김태호 기자 yoo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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