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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하루아침에 400억 빚…한 기업가의 '인생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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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

유자와 스요시 지음 / 정세영 옮김 / 한빛비즈 / 244쪽 / 1만3000원



[ 최종석 기자 ] 대기업에 다니며 장밋빛 인생을 누리던 30대 남자는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는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잠시 휴가를 내지만 400억원이라는 빚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빚을 다 갚으려면 80년은 걸릴 것”이라는 은행의 경고에도 회사를 물려받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16년 동안 분투한 끝에 빚을 거의 다 갚는 데 성공한다.

《어느 날 400억원의 빚을 진 남자》는 끔찍한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일본 외식업체 유사와의 유자와 쓰요시 대표의 인생역정 스토리다. 지금처럼 개인파산이 쉽지 않던 1990년대 후반, 그는 도산 직전의 회사를 물려받아 400억원의 빚과 함께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33개의 지역밀착형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회사를 맡아 자금 압박 속에서 악몽의 나날을 보냈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생각했지만 결국 16년간의 분투 끝에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놓았다.

기린맥주에 다니던 시절 유자와 대표는 곧 해외 자회사로 발령이 날 예정이었다. 여름휴가 때마다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 하와이, 마이애미, 카리브해 등 해외여행 삼매경을 즐겼던 그였다.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은 뒤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은 두 번 다시 가지 못했다.

중소기업이었지만 관리는 주먹구구식이었고 비상식적인 운영이 계속됐다. 요리사가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는 일은 다반사였다. 하루 매출을 들고 도망치거나 손님에게 폭언하는 일도 잇따라 발생했다.

하루하루 빚 돌려막기를 하며 근근이 버텨내던 어느 날 저자는 마지막 결심을 했다. 딱 5년만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안 되면 모든 걸 청산하는 ‘파산 계획’을 세웠다. 최악일 때 벌어질 일을 구체적으로 종이에 써내려갔다. 현실을 외면하며 도망치기만 하던 그는 현실을 똑바로 마주하며 각오를 다졌다.

먼저 그는 한정된 자원을 한 곳에 집중해 성공 매장 한 곳을 만들어내기로 했다. 일단 성공 사례를 만들고 그것을 확장 전개하는 작전이었다. 한 곳이 성공하자 3개월마다 한 곳씩 차례차례 신규 모델로 바꿔 나갔다.

회생 조짐이 보이던 가게들은 계속된 시련으로 다시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광우병 사태와 노로바이러스 발생으로 지독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가게 한 곳이 화재로 타고 신뢰하던 직원이 죽는 등 불행이 잇따랐다. 그는 이익을 높이는 데만 온 힘을 쏟다가 발생한 일이라고 자책했다. 인건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원가를 없애려던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좋은 회사를 만들자’는 결심을 하고, 직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 방식으로 바꿨다.

위기를 넘기자 매출과 이익은 꾸준히 늘었다. 건물 매각 등 자산 정리로 대출금 상환을 도왔다. 결국 그는 지난해 빚 대부분을 갚았다. 서른여섯에 시작해 어느새 쉰을 훌쩍 넘겨 있었다.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은 없다. 절대,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는 말이 목숨을 건져줬다고 그는 회고한다. 인생에 부조리한 일이 산더미처럼 많고 그런 일만 생긴다고 여겨지는 날들이 있다. ‘도저히 더는 못 하겠어, 죽는 것이 나아’라고 생각될 때, 딱 한 번만 다시 일어서 보면 당신만의 보물을 움켜쥘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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