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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알아야 할 과학상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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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IT과학부 기자)‘세계 최강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가진 나라를 이끌 대통령이라면 최소한 이 정도의 과학 상식을 알고는 있어야 한다.’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지는 최신호에서 대통령이 알아야 할 과학적 교훈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싣고 앞으로 미국을 이끌어야 할 차기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과학 이슈 6가지를 소개했다. 오는 11월 8일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기사다.

사이언스는 먼저 막대한 예산을 헛된 곳에 쓴 대통령들을 일일이 지목했다. 실제로 세계 최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국이자 오랜 과학 전통과 합리적 사고를 가진 미국에서도 헛된 과학 정책을 편 대통령들은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0년 치러진 대선 선거전에서 ‘세금 부담 없는 경제 부흥’을 골자로 하는 ‘자상한 보수’를 내세워 대통령에 올랐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공약은 불과 1년 만에 물거품이 됐다. 지난 2001년 9·11 테러가 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 참전하며 과학 정책도 수렁에 빠졌다.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가 일어나기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인간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에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테러 직후 탄저균이 담긴 편지 봉투가 미국 전역에서 발견되고 5명이 숨지면서 미국 연방정부 바이오 예산은 생물학 테러 방지 능력 보유에 투입됐다. 결국 미국의 줄기세포 연구도 늦어지면서 지난 2013년에야 첫 복제배아줄기세포를 확보했다.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보건 과학 정책 실패로 대통령 자리를 빼앗긴 ‘불운의 지도자’로 지목됐다. 포드 대통령은 1976년 돼지 인플루엔자가 발견되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접종 정책을 폈다. 40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백신을 맞았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이 바이러스는 인체 감염성이 낮은 것으로 판명됐고 결국 대선에서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에게 참패하는 결과를 맞았다. 우주에서 레이저 무기로 전쟁을 벌이는 스타워즈 계획을 추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도 실패 사례로 소개됐다. 소련에 맞서 힘의 외교를 펴던 레이건 행정부는 국제우주정거장과 입자가속기 등 민간 분야에서도 체제 경쟁을 펼치는 정책을 폈다. 하지만 결국 이들 프로젝트는 천문학적 비용과 실용성 부족을 이유로 모두 폐기됐다.

사이언스는 미국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위기와 도전을 마주할 것이라면서도 실수가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급격한 진화와 창궐에 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몸 안의 대장균만 해도 17분에 두 배씩 늘어나는 성질이 있다. 이런 세균과 바이러스의 증가와 변이 속도는 나날이 빨라지지만, 인간 몸 안의 방어 체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새와 박쥐를 통해 유행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항생제에 견디는 내성균이 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가장 강력한 항생제마저 효과가 없는 내성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58만건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사이언스는 전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이에 대해 미국이 앞장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3세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에 대한 엄격한 윤리적 잣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생물의 DNA를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최근 생명과학 연구 전반에 사용되며 강력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과학자는 인간 정자와 난자에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전자 편집을 한 동식물을 먹은 해충과 같은 포식자들이 오히려 제초제에 저항능력을 갖게 된다면 심각한 재난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한 진흥과 규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사이언스의 주장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미국 차기 지도자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해마다 해수면이 평균 3.2㎜씩 올라가면서 미국 해안 지역은 해수면 상승에 따른 홍수와 지반 침식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국민의 40%가 넘는 인구가 해안 지역에 사는 상황에서 국가적 재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미 남부 루이지애나와 메릴랜드 등 상당 지역은 위기를 겪고 있다.

사이언스는 인구 고령화에 대한 대책으로 뇌 연구를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보건 예산 가운데 이미 3분의 2가 알츠하이머와 같은 뇌 질환 환자들에게 투입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이언스는 연간 이들 환자 가족마다 한해 6만 달러의 연방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고 추산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뇌 질환 극복을 위해 뇌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막대한 예산을 연구에 투입하고 있지만,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AI)이 가져올 기회뿐 아니라 위기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이언스는 마지막으로 지도자의 위기 판단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 판단을 잘못하면 막대한 예산을 더 큰 위기에 대응하는데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이언스는 9.11테러 직후 3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지만 해마다 50만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고 심장 질환으로 800만명이 넘는 인구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테러와 비행기 추락사고 같은 본능적 두려움을 과대평가한다면 기아와 같은 인류적 문제 해결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놨다.(끝) /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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