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상 < 전 국민은행 본부장 >
최근 공기업과 준(準)정부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금융과 철도 분야 파업이 촉발됐다. 성과연봉제는 직원 개인의 역량을 평가해 그에 맞는 임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왜 해당 노동조합은 성과연봉제에 이같이 반발하고 나섰을까.
우선 금융 쪽을 보자. 금융계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부서별, 지점별로 목표 대비 성과를 평가해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는 ‘집단성과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성과미흡자에 대한 임금 차등 지급에 그치지 않고, 인사상 불이익과 인력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해 해고의 방편으로 운용한 것이다. 이번에 정부 권고안을 수용하면 고용 불안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명분으로 노조가 파업에 나선 것이다.
철도 파업은 공공기관들이 성과연봉제 도입 시한을 넘기면 정부로부터 제재와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노조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을 강행한 데서 노조에 명분을 준 게 원인이었다.
성과연봉제는 이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도입 여건이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선진국 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평가의 공정성,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업종과 지역, 직무별로 유·불리와 성과 달성 난이도가 서로 다른 점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각 노조에선 ‘무한경쟁에 의한 상대 평가’의 문제점을 우려한다. 자칫 근로자들이 성과지상주의에 함몰돼 기업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도덕적 해이로 고객의 신뢰를 상실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연봉제가 무조건적인 인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 노력해야 한다. 이유상 前 국민은행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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