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광 중소기업부 기자 ahnjk@hankyung.com
[ 안재광 기자 ] ‘갑질 행태 못 고치면 한국은 미래가 없다.’(아이디 audi****)
‘갑질도 김영란법처럼 법을 만들어 어기면 처벌하자.’(sseo****)
한국경제신문이 기획 보도한 ‘불편한 진실…2016 대한민국 갑질 리포트’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일부다. 본지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간 관련 기획시리즈를 내보냈다. 갑질은 일부 특권층에 국한된 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 재벌 3세부터 노조, 연예인, 지방 하위직 공무원, 심지어 직장 상사까지 다양한 유형의 갑질을 조망했다.
기사가 나가자 누리꾼들 반응은 뜨거웠다. 의사 교수 등 전문직 갑질을 다룬 ‘거래병원 빵셔틀로 시작하는 제약사 영업사원 A씨’ 제목의 기사엔 2000개 넘는 댓글이 붙었다. 경비원 대리기사 등 ‘을’로 살아가는 사람들 얘기도 큰 공감을 샀다. 갑질하는 대상을 향해 비난하거나 분노를 표현하는 댓글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이 갑질을 했거나 당했던 사례를 적은 내용도 있었다. 외국의 사례와 비교하는 해외 거주자들 댓글도 눈에 띄었다.
본지의 ‘갑질 신문고’(gabjil@hankyung.com)에도 제보가 이어졌다. 백화점에서 서비스 강사로 근무했다는 이모씨는 ‘외주 계약직의 설움’을 하소연했다. 이씨는 “상사의 욕설과 성희롱을 참다못해 인사 파트에 알렸더니 (정규직 전환 기회를 놓치고) 계약기간 종료 뒤 결국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부친이 경기도에서 주유소를 운영한다는 윤모씨는 공무원의 고압적 태도와 트집 잡기식 단속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윤씨는 “현장점검 중 어린 공무원이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말라’고 했다”며 “공무원증도 보여주지 않고 폐수를 버린 사실이 없다는데도 강압적으로 위반 사실을 인정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갑질은 피해자는 많은 반면 가해자가 적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스스로 갑질을 한다는 인식이 부족해서다.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쯤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내가 갑질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만 해도 ‘갑옷’은 조금씩 벗어지지 않을까.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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