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빵 만들게 하겠다" 휴면반죽 공급…맛 표준화
간식이던 빵, 주식 위상 높여
10년 만에 베이커리 1위…빵 본고장 프랑스까지 진출
[ 강영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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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 회장(사진) 얘기다. 그는 회사를 매출 5조원대로 키웠다. 하지만 여전히 빵에 매달려 있다. “내 꿈은 누구나 빵을 만들 수 있게 하고, 좋은 빵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한다. 허 회장은 이 꿈을 위해 1986년 10월 파리크라상을 세웠다. 이듬해 가맹점인 파리바게뜨를 시작했다. 파리크라상의 30년은 한국 빵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는다.
○샤니빵집에서 국내 1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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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을 시작하며 허 회장은 “누구나 빵을 만들게 하겠다”는 꿈을 잊지 않았다. 미국 유학시절 유심히 봤던 맥도날드, 버거킹을 벤치마킹했다. 작업을 표준화하고 본사가 반죽을 공급하는 아이디어였다. 파리바게뜨가 국내 최초로 도입한 휴면반죽 방식이었다. 빵 모양으로 빚은 반죽을 급속 냉동시켜 배송했다. 점포에서는 해동해 구워 팔면 됐다. 기술이 없어도 빵을 만들 수 있었다. 소비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가맹점도 급속히 늘었다. 1997년 파리바게뜨는 국내 베이커리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01년 절반 정도 구워서 공급하는 파베이킹 방식을 도입했다. 아르바이트생도 쉽게 빵을 구울 수 있게 했다. 허 회장은 “본사의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로 누구나 빵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파리바게뜨 성공을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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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허 회장도 다른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편의점 로손도 경영해봤고, 사무정보서비스 전문점인 킨코스도 세웠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파리바게뜨가 급성장하자 빵으로 돌아왔다. 1995년 편의점사업을 코오롱에 매각하고, 몇 년 뒤 킨코스도 팔았다. 선택과 집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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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미국 재도전
허 회장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말한 적은 없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는 세계의 제빵왕으로 기록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허 회장의 또 다른 키워드는 글로벌이다. 첫 번째 도전은 1992년이었다. 배스킨라빈스와 합작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봉두-배스킨라빈스 1호점을 냈다. 미국은 공략이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10년 뒤 허 회장은 다시 미국 시장에 도전했다. 2002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3년간 준비했다. 2005년 LA 코리아타운에 1호점을 내고 동부로 넓혀 갔다. 현지인들의 반응을 확인한 뒤 11년이 지난 올해부터 가맹점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전략은 한결같았다. 고급화와 고품질이었다. 2020년까지 미국에 파리바게뜨 매장을 350개 내는 게 목표다.
중국에 나갈 때는 더 신중했다. 1996년부터 시장조사를 해 2004년에야 진출했다. 그해 9월 상하이 1호점을 냈고, 현재 중국에는 가맹점을 포함해 177개 매장이 있다. 중국 전략은 현지 빵집보다 4~5배 많은 종류의 빵을 파는 것이었다. 2012년부터는 베트남과 싱가포르 등 동 꼐?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에는 빵의 종주국으로 여겨지는 프랑스에 매장을 열었다. 2030년까지 미국과 중국에 2000개 매장을 내는 게 허 회장 목표다. 그가 말하는 “매출 20조원을 올리는 그레이트푸드컴퍼니”의 기초도 결국 빵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