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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View] 도이치뱅크 사태, 금융위기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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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일 에르튀르크 < 영국 맨체스터대 비즈니스 스쿨(MBS) 교수 >


2007년 은행업 위기로부터 약 10년이 지났다. 은행시스템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시장에서 도이치뱅크가 정부의 구제 금융을 받게 될 가능성이 널리 거론되는 가운데 지난 수주간 이 은행이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한 뉴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이치뱅크는 2007년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회복된 적이 없다. 복잡하고 위험한 증권 거래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 투자은행 유형에 의존했는데 그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들은 생산적인 경제에 필요한 기업과 관계를 맺어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이익을 창출하기보다는 불투명하게 레버리지를 높인 금융회사 간의 위험한 거래에서 수익을 냈다. 금융위기 전 도이치뱅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무려 25%까지 치솟았다. 이는 생산적인 경제에서 완만하게 성장하는 식으로는 지탱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도이치뱅크의 여러 최고경영자(CEO)들이 금융위기 후 ROE를 15%까지 되돌려 놓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140억弗 벌금…'제2 리먼' 위기

도이치뱅크가 어떻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었는지는 일반인도 금융계도 잘 모른다. 리먼브러더스 등의 높은 수익률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블랙박스다. 우리는 이런 수익률이 상당 부분 미국의 서브프라임 대출 관련 파생상품 개발과 거래에 기반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 미국 법무부는 이런 파생상품을 잘못 팔았다는 이유로 도이치뱅크에 벌금 140억달러(약 15조5000억원)를 부과할 계획이다.

도이치뱅크 주가는 작년 11월 28유로에서 10유로 안팎까지 떨어졌다. 이런 주가에서 벌금을 물면 도이치뱅크는 상환 능력을 위협받고 정부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다.

올 1~2월 도이치뱅크와 유럽중앙은행(ECB) 경영자들이 도이치뱅크 재무상태의 경보음에 더 빨리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은 거의 믿기 힘들 정도다. ECB의 스트레스테스트는 이런 위험을 알아채고도 투자자와 예금자들에게 경고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의 '지식 실패' 결과

은행업이 유럽과 미국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개혁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민간은행에 직간접적으로 국가 보조금을 주는 현상이 주요 자본주의 국가에서 계속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기능을 분리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설계한 존 비커스 경(卿)은 지난 1월 은행의 자본비율 규제를 강화하라며 영국 중앙은행을 공개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 은행 긴급구제 시스템 설계에 참여한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도드프랭크법이나 비커스리포트에 따라 상업·투자은행을 분리해서 자본비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은행의 규모와 복잡성이 더 문제라는 다른 견해를 보였다.

금융위기를 통해 주류 경제학과 금융이 실패했다는 것이 대체로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대안적인 접근 방식은 정부 정책이나 학계에서 진지하게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도이치뱅크가 슬프고도 위험한 상태에 이른 것은 감독당국의 ‘지식 실패(knowledge failure)’의 결과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금융위기의 비싼 교훈을 아직 얻지 못했다. 유럽은 금융과 은행의 암흑 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영국 맨체스터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진의 기고문을 한 달에 1회 독점 게재합니다. 전문은 한경닷컴(www.hankyung.com)게재.

이스마일 에르튀르크 < 영국 맨체스터대 비즈니스 스쿨(MBS)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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