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
후보 접수 불과 몇주 뒤 발표…중력파 연구 마감 넘겨 배제된 듯
노벨상 수상자 대학 살펴보니
'명문' 하버드·옥스퍼드보다 수학·물리 강한 작은 명문대 강세
물리·화학 수상자 연령 증가, 경쟁 치열…업적인정 기간↑
[ 박근태 기자 ] 지난 5일 노벨 화학상을 끝으로 올해 노벨 과학상 수상자 발표가 끝났다. 올해 노벨 과학상에서 가장 궁금증을 남긴 분야는 물리학상이다. 천재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예측한 중력파가 지난해 100년 만에 검출되자 과학계는 금세기 최고 발견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중력파 검출의 일등공신인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건설과 운영에 헌신한 라이너 와이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84)와 로널드 드레버 캘리포니아공대(캘텍) 명예교수(85), 킵 손 캘텍 명예교수(76)를 유력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위상 상전이’ 현상을 규명한 영국 과학자 세 명에게 돌아갔다.
◆중력파 노벨상 탈락은 마감 탓?
먼저 스웨덴 노벨위원회 측이 한국 과학자 14명을 포함해 LIGO 프로젝트에 참여한 1006명에 이르는 과학자 가운데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 사람 외에도 한때 LIGO 책임자를 맡았던 배리 배리시 캘텍 교수 역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중력파 검출에서 배리시 교수 역할이 세 사람의 기여도에 비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다만 위원회 측이 1년 더 검토를 거치는 모습을 보여 훗날 제기될 논란의 부담을 줄이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상자 추천 마감 시간을 지키지 못해 일어난 단순한 문제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벨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노벨 물리학상 후보는 전년도 9월에 선별된 후보 추천자에게 추천을 받아 그해 1월31일까지 추천서를 받는다. 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중력파 검출은 지난 2월11일 국제학술지 피지컬리뷰레터스에 실리며 처음 공개됐다”며 “올해 최고 발견임에도 불구하고 추천서 마감 시한이 지나 공개되면서 추천을 못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벨상 배출 산실 작은 명문대
올해 노벨 과학상 선정에서는 작고 강한 대학들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노벨상이 선정되면 수상자가 몸담은 대학이나 연구소 중심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과학계 생각은 조금 다르다.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상당수가 학부에서 노벨상 수상자에게 배웠거나 강연을 들으면서 영감을 얻은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2013년 세포 내 물질 수송의 원리를 규명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랜디 셰크먼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1971년 UCLA에 들어가자마자 노벨상 수상자 강연을 들을 수 있어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학부에서의 경험을 통해 어떻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지 배웠다”고 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지난 7일 학부 졸업생 기준으로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학교는 프랑스 파리고등사범학교와 캘텍이라며 이들 학교의 학생 선발 과정과 학부 운영 모델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두 학교 전교생 수는 2000~3000명으로, 한 해 배출되는 졸업생은 200~300명에 불과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스와스모어대와 매사추세츠의 애머스트대 역시 마찬가지다. 종합대에 비해 훨씬 규모는 작지만 튼튼한 재정을 바탕으로 학부 중심의 독자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노벨 과학상 수상 연령 점점 상승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 화학상 수상자 7명의 평균 나이는 71.85세다. 60년 전만 해도 수상자 평균 나이는 56세에 불과했다.
물리학상 수상자 평균 나이는 47세였다. 양자역학의 이론적 배경을 성립해 193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폴 디랙은 당시 31세였다. 이 같은 수상자의 고령화 현상은 과학자들이 늘면서 과학 분야 수상 후보의 대기 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데 기인한다.
구스타프 캘스트란트 노벨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100년 전 물리학자는 전 세계에 1000명에 머물렀지만 오늘날은 100만명에 가까운 사람이 물리 연구를 하고 있다”며 “연구 성과가 과학적 돌파구로 평가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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