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 추가영 기자 ]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한국NFC가 규제와 텃세 때문에 폐업 위기에 몰렸다는 기사(본지 10월7일자 A16면)가 나가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7일 “부처 간 이견이 없다”는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이날 해명 자료를 본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울분을 토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규제기관과 싸워 득 볼 게 없는 스타트업이지만 사실관계는 밝혀야겠다”며 “금융위원회와 방통위의 상이한 규제로 국무조정실에서 이중규제 조정까지 받은 사안”이라고 꼬집었다.
애초 기사는 한국NFC의 신용카드 본인인증서비스가 금융위의 사업 허가를 받은 지 2년이 지나도록 출시가 늦춰진 이유로 정부 부처별로 상이한 규제를 지적했다. 방통위는 올 5월까지 신용카드 본인인증 업무에 관여하는 신용평가회사는 물론 신용카드회사까지 별도로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지난달 국무조정실까지 나서 이중 규제임을 지적하고서야 신용평가사만 본인인증기관으로 지정하는 조정안이 확정됐다.
규제를 고집하던 방통위의 태도는 국무조정실로부터도 질타를 받았다. 지난 8월 말 이뤄진 방통위 국무조정실 한국NFC 간 회의에서 국무조정실 담당자는 “신기술을 규제의 틀에 맞추려고 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같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방통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노상강도. 나그네를 붙잡아 쇠침대에 눕혀놓고 나그네의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이를 억지로 늘리고 길면 잘라 죽였다. 황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방통위 담당사무관이 세 번이나 바뀌고 방통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등을 이유로 번번이 협의가 중단돼 사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방통위가 해명 자료에서 이번 논란과 무관한 한국NFC 서비스의 복잡함을 강조한 대목은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는 지적이다. 최윤정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한국NFC 서비스는 매번 본인확인 때마다 성명, 생년월일, 성별 및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 서비스 대비 장점이 없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하지만 본래 이 회사의 본인인증은 NFC 기능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대고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었다. 이를 복잡하게 만든 것은 방통위의 추가 요구 때문이었다는 게 한국NFC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모바일쇼핑 본인인증 때는 카드 터치와 비번만 입력하면 끝낼 수 있는데 정보통신망법 대상인 게임사이트 성인인증이나 청소년보호법상 14세 이상 본인확인 때는 방통위 요구로 이름과 생년월일을 넣는 복잡한 과정이 추가됐다”며 “상식적으로 금융 거래보다 인터넷 서비스에 더 복잡한 인증 절차를 요구한 것을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가영 IT 墟克?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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