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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국내 출간 '경영의 이동' 저자 미국 데이비드 버커스 교수 "혁신의 출발점은 13가지 버리기…성과평가·휴가보고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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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초 경영이론 지식활동 시대 안맞아
혁신은 내부서 시작…고객보다 직원이 우선
리더는 직원 능력 펼칠 기회 찾아줘야



[ 뉴욕=이심기 기자 ] 한 분야의 대가(大家)를 만나면 대개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마련이다.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가 경영 혁신의 대가라면 더욱 그렇다.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 대표주자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부터 미국 해군사관학교에 이르기까지 일류 조직을 고객으로 둔 경영 구루.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없애라”였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있는 오럴로버츠대의 데이비드 버커스 경영학과 교수는 “혁신을 한다고 무엇을 보태려 하지 말라. 그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저서 《경영의 이동(Under New Management)》(사진)이 지난달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것을 계기로 그와 인터뷰했다.

▷무엇을 없애야 합니까.

“더 나은 결과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입니다.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잡아당기는 게 뭔지 찾아야 합니다. 위계질서, 급여 비밀주의, 성과 漬? 휴가 정책 등 열세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꼽아주십시오.

“넷플릭스는 직원들이 얼마나 휴가를 가는지 따지지 않습니다. 직원들은 ‘우리가 얼마나 일을 하는지 확인하지 않으면서 왜 휴가는 얼마나 썼는지 보고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최고경영자(CEO)는 휴가일수를 체크하는 게 직원들을 짜증나게 하는 관료적 업무라는 걸 깨닫고 휴가 정책이라는 걸 아예 없앴습니다.”

▷모든 기업이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회사와 직원 간 신뢰의 문제입니다. 직원이 일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쓰는지는 관심이 없으면서 휴가를 얼마나 사용하는지만 점검한다면 신뢰가 쌓이기 어렵습니다. 신뢰는 저절로 주어지지 않습니다. 신뢰는 어떤 행동에 대한 응답입니다.”

▷고객이 아니라 직원을 1순위에 두라고 했습니다.

“직원 만족 없이는 고객 만족도 없습니다.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가 자신들을 진정으로 돌본다고 생각하게 하고,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면 고객 서비스는 나아집니다.”

▷‘고객은 왕이며, 월급은 고객의 지갑에서 나온다’는 게 일반적 경영이론인데요.

“회사가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기 위해 고객이 보는 앞에서 상사가 직원을 꾸지람하는 경우는 어떨까요. 그 직원은 고객에게 봉사하려는 생각을 절대 갖지 않을 것입니다.”

뮐殆便?급여 공개는 위화감을 조성하고 유대감을 해칠 수 있습니다.

“회사가 급여를 공개하지 않더라도 어차피 비교는 이뤄집니다. 투명성을 높이려는 기업에서는 그런 비교가 줄어듭니다. 직원들이 서로 비교한다는 건 회사의 급여지급 시스템이 공정한지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이메일은 왜 없애야 합니까.

“없앤다기보다는 효과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많은 기업에서 직원들은 CC(참조 수신인)에 달려 끊임없이 돌아오는 이메일에 묻혀 정작 부가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메일은 협업 수단으로는 부족합니다.”

▷성과평가제도도 없애라고 했습니다.

“열 명 중 한두 명만 최고 등급을 받고, 최하 등급을 받은 한 명은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면 직원들은 협력하기보다 경쟁하게 됩니다.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직원은 회사에 불만이 커집니다. 1년에 한 번 수치로 평가하기보다는 수시로 직원들과 업무성과를 놓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기존 규칙을 모두 무시하라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기존 규칙을 깨는 것과는 다릅니다. 직원의 잠재력이 발휘되는 것을 억누르는 잘못된 규칙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걸 없애자는 것이죠.”

▷직원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가능한 일 아닐까요.

“제가 낙관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틀렸다면, 제 주장은 모두 틀린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하고 싶다는 내재적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자발적인 개선 의지를 가져야겠네요.

“직원들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지 않고, 조직에 기여하려는 열의가 없다면 제 아이디어는 작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이라면 열의가 없는 직원을 계속 고용하고 있을까요.”

▷많은 한국 기업은 상명하복과 일사불란함이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효율성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을 때 제대로 작동합니다. 문제 해결과 창의력을 높이는 과정은 생각보다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회사가 그들의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고려한다는 점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합니다.”

▷경영 패러다임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뜻이군요.

“경영은 과거 산업화시대에 ‘발명’됐습니다. 우리는 지금 지식활동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수단도 다시 바뀌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의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지가 핵심입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시대의 ‘테일러리즘’은 끝났다는 뜻인가요.

“프레드릭 테일러가 지금의 기업 혹은 생산 현장을 봤다면 그가 개발한 경영시스템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테일러가 연구한 일의 방식은 이제 대부분 사라졌고, 그의 아이디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공부문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까.

“민간이든 공공부문이든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조직을 어떻게 선도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많은 공공기관은 직원 연봉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로 보지 말고, 연속적인 활동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조직이 작다면 더 쉽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중소기업이 조직문화를 바꾸기가 더 쉽습니다. 단번에 성공적인 방향으로 점프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직의 내부 신뢰를 높이고,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봅니다.”

▷혁신하려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할 텐데요.

“위대한 경영자들은 제품이 아니라 공장을 혁신합니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기업들은 혁신적인 제품이 있습니다만 모든 혁신은 업종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내부 아이디어에서 시작됩니다. 직원들이 새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을 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조직을 혁신하는 것입니다. 생산 현장이든 사무실이든 더 나은 작업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혁신의 출발은 직원들이 최선의 결과를 낳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을 차단하는 데 있습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데이비드 버커스는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럴로버츠대 경영학과 교수로 기업 경영혁신 전문가다. 2013년 출간한 저서 창조성, 신화를 다시 쓰다가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혁신 전략을 바꾼 것을 계기로 리더십과 혁신, 기업 전략에 관한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유럽의 경돛誰?싱커스는 그를 ‘경영사상가 50’에 선정했다. 미래의 경영혁신 사상을 선도할 차세대 경영 구루 중 한 명으로 올렸다. 미국의 개인 재정정보 서비스 웹사이트인 너드월렛도 지난해 그를 ‘40세 미만의 최고 교수 40인’에 뽑았다.

미국 팟캐스트 ‘라디오 프리 리더’의 진행자이면서 미 지방정부의 재정 혁신을 목표로 한 비영리단체 ‘퓨즈콥스’의 고문도 맡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 포브스에 고정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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