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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국가들이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법인세율을 올리면 경제나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토론하자.
세계는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반면 한국 야당은 앞다퉈 법인세 인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세계적 흐름에 한국만이 역주행 페달을 밟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를 벗어나지 못하고 투자와 일자리는 줄어드는 추세다. 해운 조선 철강 등은 사업개편과 구조조정으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처럼 상황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법인세율까지 높아지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고용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는 지금 법인세 마케팅
세계의 주요 국가들은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있다. 기업들에 투자 여력을 높여주고 고용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게 목적이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는 마케팅 성격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회원국들이 법인세 인하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獵鳴?밝혔다. 또 OECD 평균 법인세보다 세율이 낮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도 법인세 인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낮추거나 인하 계획을 발표한 OECD 국가는 일본, 스페인,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 모두 9개국이다. 2008년 이후 법인세를 인하한 OECD 회원국은 34개국 중 18개국에 달한다. 일본은 법인세 인하폭이 9.6%포인트(국세와 지방세 포함)로 가장 크고, 영국도 8%포인트나 법인세를 내렸다. 이 기간 한국의 인하폭은 3.3%포인트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OECD 국가들이 자국의 경제 회복을 꾀하고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법인세를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은 최고 법인세율을 20%에서 1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인도도 법인세 인하를 논의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추진한 ‘세금 면제 프로그램’으로 외국인 자금이 몰리자 법인세율을 기존 25%에서 17%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베트남과 싱가포르 역시 법인세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세계 추세와 거꾸로 가는 한국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추세와는 반대로 한국은 법인세 인상 논쟁이 뜨겁다. 법인세 인상은 야당이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올리는 법안을 제출했고, 국민의당도 최고 세율을 24%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더민주와 국민의당 세법 개정안의 주요 타깃은 상위 0.1% 대기업과 상위 1% 고소득자다. 더민주는 지난 2일 법인세 인상 대상인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기업은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440개 대기업이 해당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4년 법인세를 신고한 55만개 기업 중 0.08%가 대상이다. 더민주는 과표 5000억원이 넘는 기업에 대해선 법인세 최저한세율도 17%에서 19%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세금은 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금액(과세표준·과표)에 세율을 곱해 결정된다. 현행 법인세율은 과표 구간이 3단계다. 과표 2억원 이하는 10%, 2억원 초과~200억원은 20%, 200억원 초과 구간에는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더민주는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이들에게 25%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더민주는 이와 함께 5억원 이상의 고소득에 대한 소득세율 41%를 신설해 세금을 중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0.5% 기업이 전체의 78% 부담
야당이 상위 기업이나 상위 소득자의 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부(富)의 균등 논리가 깔려 있다. 선거에서 대중의 지지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성격도 짙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소득 기준으로 59만여개 법인세 신고 대상 법인 가운데 0.53%인 3101개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78.4%를 냈다. 삼성전자가 2조6889억원, 현대자동차가 1조1935억원을 각각 납부하는 등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17.1%에 해당하는 7조2773억원을 부담했다. 반면 전체 법인의 47%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게다가 세율을 높이지 않아도 법인세수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국세 수입은 125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조원 늘었다.
소수 기업이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것은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경우 상위 5%의 고소득층이 전체 소득세의 75%를 부담하고 있다. 소득세를 1원도 안 내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48.1%인 802만명(2014년 소득 기준)에 달한다. 이는 ‘모든 국민은 세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다’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에 어긋난다. 세율의 변동은 의회의 권한이다. 하지만 세율이 정치적 목적에 좌우돼서는 안 되고, 사실 자체가 왜곡돼서도 안된다.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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