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사이야기 (1) 검사들의 혼맥
검찰 고위간부 출신들
사법연수원 성적우수자 등 사윗감으로 미리 '찜' 해둬
황교안 총리 사위도 검사
정·관·재계 상류층과 혼맥
여전히 검사 출세코스 중 하나
"힘들 때 서로 의지할 수 있다"
검사 커플, 판·검사 부부 늘어
[ 김병일 기자 ] 고교 동창에게 금품 및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형준 부장검사(사법연수원 25기)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다. 김 부장검사가 유엔 법무협력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외사부장,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등 요직을 두루 꿰찬 배경을 놓고 “장인 덕을 톡톡히 봤다”는 뒷말이 쏟아졌다. 결혼으로 법조계 고위직이나 정·관·재계 상류사회와 혼맥을 맺는 것은 검사들의 출세 코스 중 하나였다.
◆미혼 남성 검사 ‘품귀 현상’
요즘엔 검사 부부, 판검사 부부 등 법조인 부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이 원인이다. “힘들 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등 사법연수원에서 사귀는 예비 법조인 커플이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는 게 사법연수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검찰 이미지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지만 검사는 여전히 신랑감 후보 ‘0순위’다. 한 여검사는 “사법시험 합격 연령이 높아지면서 미혼인 남성 검사가 ‘품귀남’이 됐다”며 “후배 검사들이 틈만 나면 소개팅과 맞선을 나가더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결혼을 출세의 방편으로 생각하는 검사는 드물다”며 “다양한 만남을 갖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사 혼맥은 법조계에 가장 많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이 사윗감으로 검사를 선호한다. 황철규 부산지검장(19기)은 김정길 전 법무장관이 장인이다. 차경환 서울고등검찰청 차장검사(22기)는 김종구 전 법무장관, 이명순 서울고검 부장검사(22기)는 김기수 전 검찰총장, 김욱준 법무부 검찰제도개선기획단장(28기)은 박상천 전 법무장관이 장인이다.
조상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23기)의 장인은 서울고검장과 대법관을 지낸 강신욱 씨, 부친은 전 국회부의장 조부영 씨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19기)을 감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18기)은 그 자신이 대검찰청 감찰1,2과장 출신이고 그의 장인 박일흠 씨도 대검 감찰부장을 거쳤다.
“검사가 판사보다 더 창의적인 것 같아서 검사가 됐다”는 황교안 국무총리는 사위도 검사 중에서 골랐다. 조종민 대전지검 공주지청 검사(40기)가 그의 사위다. 검찰 관계자는 “장인과 사위가 검사인 경우는 대체로 검찰 고위 간부가 사법연수원 성적이 좋거나 전도가 유망한 젊은 검사를 눈여겨봐 뒀다가 혼사를 성사시킨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치인의 사위도 수두룩
판사와 검사는 때론 앙숙관계이기도 하지만 혼사와 연관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봉욱 서울동부지검장(19기)과 김호철 법무부 법무실장(20기)은 장인이 판사 출신이다. 봉 지검장의 장인은 인천지법 부장판사와 인천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예상해 씨. 처형 예지희 씨(22기)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다. 부친은 장기신용은행장을 지낸 봉종현 씨다. 김 법무실장의 장인인 강철선 변호사는 전주지법 부장판사와 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진우 춘천지검 원주지청 검사(39기)는 권순일 대법관의 사위다.
우 민정수석은 자산가 집안과 맺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행정자치부 공직자 중 재산총액 1위에 오른 우 수석은 신고한 재산만 393억원에 달한다. 경기 기흥컨트리클럽을 소유했던 이상달 전 정강중기건설 회장이 장인이다. 전직 검사 가운데는 현재현 씨가 대표적인 재벌가 사위였다. 이양구 동양그룹 회장의 딸 혜경 씨와 결혼해 회장까지 올랐지만 최근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유명 정치인 집안의 딸을 아내로 맞은 검사도 있다. 한찬식 울산지검장(21기)은 장인이 최병렬 새누리당 상임고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검사 출신인 이상주 씨(25기)를 사위로 뒀다. 최재만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36기)는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국회의원(국민의당)의 사위다. 심우정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26기)의 부친은 충남지사와 자유선진당 대표 등을 지낸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장이다. 정순신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27기)의 장인은 14·15·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조진형 씨다.
박세현 법무부 형사기획과장(29기)은 대를 이은 ‘검찰 식구’다. 부친이 박순용 전 검찰총장이다. 노정연 고양지청 차장검사(25기)의 부친은 노승행 전 광주지검장, 김준선 대구지검 검사(37기)의 부친은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이다. 박계현 춘천지검 차장검사는 검사 남편을 맞았다. 남편인 김영준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본부장도 2009년 춘천지검 차장을 지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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