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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산다는 건] "시장은 한참 앞서가는데…'관=갑(甲)' 탈피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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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대관담당자들이 보는 요즘 공무원

법안 발의도 청부 입법…야당 설득은 기업에 넘겨

업무차 찾아가려 해도 귀찮으니 자료만 보내라
안면 트면 정책홍보 '동원'

힘 세진 국회에 집중하죠



[ 이태훈/김재후 기자 ] 대관(對官) 업무 담당자는 기업에서 공무원과 접촉이 가장 많은 사람이다. 정부를 상대로 사업 인허가를 받거나 규제를 피할 수 있도록 ‘로비’를 하는 게 주된 업무다. 대관 담당자들은 “공무원도 샐러리맨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에는 국가를 위한 사명감과 책임감이 강하다는 걸 느꼈지만 지금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월급쟁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책임질 일은 최대한 피하면서도 ‘관(官)은 갑, 민(民)은 을’이란 생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뒤에 숨는 공무원들

A금융회사의 대관 담당 임원은 인터넷은행 허용법의 국회 논의 과정을 들어 공무원들의 책임 회피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은행이 주요 국정과제라고 얘기하던 금융위원회가 은행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하지 않고 여당 국회의坪?통해 청부입법했다”며 “빠른 처리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정부가 책임지고 발의해서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뒤로 쏙 빠진 금융위가 황당하게도 은행과 기업들에 야당 의원들을 설득하라고 압박하더라”고 전했다.

대기업 B사 관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료가 “정부가 나서서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격이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예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공직자들의 책임 회피 의식이 생각보다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구조조정은 누군가의 손에 피를 묻히는 작업인 만큼 당국자들이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가 중요한데 과거와 달라졌다는 핑계로 뒷짐만 지고 있겠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기업 만나기도 귀찮아해

C기업의 대관 담당자는 “공무원들이 정책 수요자인 시장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기업 관계자를 불러 물어보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요즘에는 우리가 찾아가려고 해도 귀찮다는 듯 ‘자료만 보내세요’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수시로 세종에 오라는 공무원보다 제대로 알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는 공무원이 더 밉다”고 했다.

관료들과 친분이 두터운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과거엔 관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다 보면 시장에서 못 보는 큰 흐름이나 새로운 시야를 얻게 돼 뭔가 배우는 게 많았다”며 “하지만 요즘은 관료들의 사고 수준이 시장을 못 따라온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안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일방적인 소통을 문제 삼는 지적도 있었다. D사 관계자는 “우리에게 자료 요구는 많이 하지만 이 자료가 어디에 쓰이는 건지 알려주지 않을 때가 다반사”라며 “공무원들이 기업을 협력 관계라고 보기보단 아직도 갑을관계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부처라도 부서 간 소통이 전혀 안 된다”며 “옆 부서와도 정보가 공유가 안 되기 때문에 우리 처지에서는 같은 얘기를 서너 번씩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대관 업무를 해 온 E씨는 “예전 공무원들은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컸다”며 “지금은 공무원이 정책을 전달할 때 ‘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시켜서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공무원이 정책에 확신이 설 때까지 윗사람과 토론하고 부딪혔다”며 “자기도 믿지 못하는 정책이 내려오는 상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부딪혀본 사람과 아닌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보다는 국회에 무게

입법부 권한이 강해지며 정부보다는 국회에 더 힘을 쓴다는 대관 담당자들이 적지 않았다. 정보기술(IT)업계 대관 담당자 F씨는 “관료들과 안면을 트면 정책 홍보 등에 동원되거나 각종 자료 수집 대상이 된다”며 “되도록이면 안 만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법안을 발의할 때도 국회를 통하는 게 쉽고 언론 주목을 받기도 좋다”며 “같은 노력이면 국회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했다.

대기업 G사 관계자는 “기업 총수가 국회?불려가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국회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민간 부문이 커지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과거에 비해 줄었고 국회 힘이 상대적으로 비대해진 것도 국회 대관이 중요해진 이유”라고 했다.

이태훈/김재후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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