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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게놈 연구로 누구나 맞춤형 암 치료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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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리 국제인간유전체기구 차기 회장


[ 박근태 기자 ] 이르면 올해 말부터 쿠웨이트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여권만으로 입국할 수 없다. 쿠웨이트 정부가 자국민은 물론 모든 입국자에게 유전자(DNA) 표본 채취를 요구하는 법 시행에 들어간다. 만에 하나 공항 입국장에서 표본 채취를 거부하면 강제 출국당할 수도 있다.

내년부터 3년간 국제인간유전체기구(HUGO) 회장으로 활동하는 찰스 리(한국명 이장철·47·사진) 미국 잭슨랩 유전체의학연구소장(이화여대 초빙 석좌교수)은 지난달 27일 이화여대 HUGO 본부에서 “사람의 유전자 지도를 담은 유전체(게놈) 연구와 활용 방법에 대해 국제적 합의와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점점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0명 과학자 참여 HUGO 이끌어

리 소장은 서울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캐나다에 정착한 한인 1.5세대다. 캐나다 앨버타대에서 의과학 박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와 하버드 의대 교수를 지냈다. 2014년 학술정보회사 톰슨로이터는 유전형질의 복잡성을 설명한 ‘복제 수 변이(CNV)’ 개념을 내놓은 그를 유력 노벨상 수상 후보로 꼽았다.

리 소장은 지난 3월 HUGO 차기 회장에 선임됐다. HUGO는 1988년 인간 게놈 연구 교류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국제학술기구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세계 96개국 2000명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그의 주도로 HUGO는 지난달 한국유전체학회와 개발도상국 유전체 연구 지원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HUGO 출범 이후 개별 국가 학회와 협력 협약을 한 건 처음이다.

리 소장은 “게놈 연구는 연구를 주도한 선진국이나 돈이 많은 일부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개도국에 최신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기 위해 한국 과학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맞춤 치료 , 모두 혜택 볼 것

과학자들은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인간 유전자 지도를 그리는 인간게놈프로젝트(HGP)를 운영하고 총 3만개 DNA를 찾아냈다.

리 소장은 “DNA가 글자라면 게놈은 수많은 글자가 적힌 하나의 책으로 볼 수 있다”며 “HGP가 각각 글자가 어디에 적혀 있는지 알아냈다면 앞으로는 어떤 의미를 띠는지 알아내는 게 과학자들 몫”이라고 했다.

실제로 포스트 게놈 연구는 활기를 띠고 있다. 2008년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이 출범시킨 1000 게놈 프로젝트는 인간 게놈을 1000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고속으로 분석하는 시대를 열었다.

암 유전자를 찾아내는 ‘암 게놈프로젝트’는 유방암과 폐암 항체涌?치료제 연구에서 상당한 성과를 냈다. 그는 “어떤 사람이 어떤 유전자에 문제가 있어 암에 걸리는지, 어디를 고쳐야 할지 알 수 있는 맞춤형 치료 시대가 가깝게 다가왔다”고 했다.

유전자 가위 연구 권고안 마련

최근 들어 게놈 연구는 논란의 중심에 자주 오르내린다. DNA의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 기술이 등장하면서 부모 취향에 따라 만들어진 맞춤형 아기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영국 스웨덴 등 일부 국가에선 인간 배아에서 고장난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 유전자를 집어넣는 연구를 하고 있다. 배아 연구를 얼마만큼 허용할지 지침이나 합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그는 “HUGO에서 세계 유전자 가위 연구자를 상대로 한 연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며 “1~2개월 내 이 유전자 가위 연구 권고안을 세계 곳곳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5월에도 더 우려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보스턴에서 과학자 150명이 비밀리에 모여 인간이 원하는 DNA를 합성하는 제2 인간게놈프로젝트(HGP2)에 착수하기로 했다. 국제사회는 인간 게놈을 다루는 중요한 현안이 비밀리에 논의됐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리 소장 역시 “연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과감한 도전정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명한 공개 원칙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치는 연구에 대해선 기술적으로 성숙할 때까지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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