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것은 비난 뿐인데…
마차 안에서 만난 이들
![](http://img.hankyung.com/photo/201609/2016093079811_01.12619421.1.jpg)
부인들은 ‘정숙이라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듯 은근슬쩍 매춘부를 힐난하며 소곤거리고, 남자들은 그녀의 풍성한 몸매를 흘깃거리며 막막한 앞날에 대해 얘기한다. 적당한 곳에 내려 식당을 찾으려던 일행의 바람과 달리 눈 때문에 마차는 더디게 가고 허허벌판에서 모두 허기에 지쳐간다.
![](http://img.hankyung.com/photo/201609/2016093079811_01.12619424.1.jpg)
모파상의 <비곗덩어리>는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 소수의 희생이 다수를 살리는 일, 그 희생의 결과가 참담할 때 등 다양한 비유에 자주 등장한다. 130년이 지난 지금도 하나의 상징이 된 불 드 쉬이프는 그 여행에서 계속 인기를 유지할까?
희생을 강요한 뒤 무시하는 사람들
![](http://img.hankyung.com/photo/201609/2016093079811_01.12619422.1.jpg)
자꾸만 시간은 가고 사람들의 눈길이 차가워지자 불 드 쉬이프는 하는 수 없이 프러시아 장교를 찾아가고, 그녀의 희생으로 마차가 출발하게 된다. 사람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더러운 짐승이라도 보는 듯 사나운 표정이다. 한참을 달려 식사 시간이 되자 모두들 싸온 음식을 꺼내 먹기 시작한다. 급 構?나오느라 음식을 준비하지 못한 불 드 쉬이프에게 아무도 음식을 나눠주지 않는다. 일행에게 동조했던 수녀들도 마찬가지다. 눈물을 흘리는 불 드 쉬이프에게 한 부인은 “창피해서 우는 거야”라고 말한다.
한 사람이 두 번의 희생을 치렀지만 도덕적인 척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녀를 ‘더러운 비곗덩어리’로 바라볼 뿐이다. 다른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기적인 행태가 더 심해진 지금, 사람들은 더 많은 <비곗덩어리>를 만들어 괴롭히고 있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이야기
![](http://img.hankyung.com/photo/201609/2016093079811_01.11778853.1.jpg)
모파상은 안톤 체호프, 에드거 앨런 포와 함께 세계 3대 단편소설 작가로 꼽힌다. 단순한 문장에다 사상도 도덕도 없다는 혹평이 따르지만 오히려 담백한 표현기법과 사람의 감정을 절묘하게 조명한 재미있는 스토리가 세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마음의 중심을 건드리는 모파상 소설의 선명한 인물들은 이 시대를 향해서도 강한 목소리를 낸다. 남들에게 화려하게 보이고자 <목걸이>를 빌려서 파티에 갔다가 잃어버리고 가짜인 줄 모른 채 변상을 위해 수년간 고생한 여자, 일평생 자신을 사랑한 <의자 고치는 여인>의 죽음에 코웃음을 치던 남자가 그녀가 많은 돈을 남겼다고 하자 순간 태도를 바꾸는 모습 등등 모파상의 소설은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의미있다.
다른 사람을 <비곗덩어리> 취급하진 않는지 <목걸이> 따위에 목숨 걸어 생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의자 고치는 여자>를 무시한 남자처럼 가증스러운 건 아닌지 모파상의 소설을 읽으며 내 삶을 점검해보자.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모바일한경 구독신청] [한 경 스 탁 론 1 6 4 4 - 0 9 4 0]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