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아름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 감산에 합의했다. 당초 이란의 반대에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적극적인 감산 요청에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감산 결정을 내렸다. 국제유가 역시 이를 반영하며 5%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감산 결정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감산이 이뤄질 것인지도 미지수일 뿐더러 감산이 이뤄지더라도 유가를 높이는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2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2.38달러(5.3%) 오른 47.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알제리 국제에너지포럼에 참석 중인 OPEC 회원국들이 비공식 회동에서 감산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급등했다.
OPEC 회원국들은 이번 회동에서 생산량 한도를 일 3250만 배럴로 줄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 생산량 3324만 배럴에서 74만 배럴 수준의 감산이 필요하다.
전날까지만 해도 감산이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강했던 만큼 예상 밖의 결정에 각국 증시는 호조를 보였다.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에너지주를 중심으로 0.61%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0.53% 올랐 ? 유럽에서도 도이치방크의 구제금융설에도 불구하고 스톡스유럽600지수가 0.7% 반등했다.
신흥국 증시도 유가 상승 호재를 타고 강세장을 기록했다. 인도센섹스지수가 0.24% 올랐고 러시아(0.22%)와 브라질(1.67%)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OPEC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감산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증산을 주장하는 이란 등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란은 감산 결정 이후에도 산유량을 현재의 360만 배럴에서 400만 배럴로 확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나이지리아와 리비아도 증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와 리비아는 내전으로 인해 연초 대비 산유량이 각각 33만 배럴, 10만 배럴 감소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나이지리아 반군이 정부와 협상에 돌입했고 리비아는 반군이 차지했던 석유 수출항의 통제권을 되찾는 등 증산 여건을 갖췄다.
앞서 엠마누엘 이베 카치큐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우리가 동결을 한다 하더라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밝혔고 모하메드 오운 리비아 OPEC 대사도 "하루 160만 배럴을 생산하기 전까지는 동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OPEC이 산유량을 줄인다 해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일시적인 유가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원유시장의 공급과잉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도 OPEC의 산유량은 지난해 12월까지 적용됐던 일평균 산유량 상한선인 3000만 배럴을 10% 이상 초과하는 수준"이라며 "OPEC의 합의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합의내용을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셰일오일이 OPEC의 감산에도 국제유가의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알제리회담의 결과와 상관없이 국제유가는 50달러 이하에서 균형을 이룰 것"이라며 "이미 국제유가의 방향키는 OPEC의 손을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그는 "셰일오일이라는 새로운 시장참여자의 등장에 의해 균형가격이 이동했다"며 "OPEC이 감산으로 유가를 올리고자 하면 마켓쉐어가 미국(셰일오일)으로 넘어갈 뿐 유가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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