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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럽다, 자기 논리와 언어로 맞붙은 미국 대선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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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진검을 빼든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두 후보의 어제 TV토론은 미국 밖에서도 충분히 관심거리였다. 첫 TV토론의 의제가 일자리 문제였다는 점부터 주목할 만했다. 이어 감세논쟁과 규제개혁까지 경제살리기가 미국 대선의 핫이슈로 부각됐다. 때로는 인신공격성 발언까지도 불사하면서 두 후보는 관점과 내용이 명확한 토론을 90분간 치열하게 펼쳤다. 경제만이 아니었다. 한국 등 동맹국에도 ‘안보 비용’을 부담시키겠다는 트럼프의 발언 등 우리가 주의 깊게 듣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의제도 적지 않았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단순히 토론에서 드러난 아젠다의 우선순위나 두 후보의 생각만이 아니었다. 우리의 관심사는 자기의 이념과 논리를 본인의 언어에 담아, 명확한 대안과 비전으로 제시하려는 선거캠페인과 TV토론 그 자체다. 주변에서 써준 메모지를 읽으며, 개념정립도 안 된 문제를 느릿느릿 모호하게 얼버무리거나, 툭하면 낡은 레코드판처럼 기존 주장이나 늘어놓는 한국의 토론과는 달랐다. 복잡한 과정의 긴 레이스를 통해 미국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본인의 철학과 지향점, 정책을 어떻게 세일즈하는지,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다듬어져 국민의 최종 선택을 받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단면이 어제 토론이었다. 부러울 정도였다.

일관성 있는 자기 논리 위에 명징한 언어가 쏟아지는 미국식 TV토론을 보면서 한국의 자칭 대권후보들의 행보와 비교하게 된다. 우리 정치판에는 굳건한 정치 철학도, 신념에 기반한 분명한 언어도 좀체 없다. 말은 수시로 왔다갔다 하고, 기껏 보여주기식 이벤트로 눈길이나 끌어보자는 이들이 태반이다. 가치와 이념도 없고, 체계적인 연구나 공부도 않아 지력은 얕은 데다, 새 정치 한다는 세력조차 저급한 매표(買票) 포퓰리즘부터 배워왔으니 논리는커녕 그들의 언어는 앞뒤가 꼬이기 마련이다. 여야 공히 8~10명에 달한다는 자칭 대선후보들 대개가 그렇다. 써준 메모지 없이는 최소한의 토론조차 안 되는 자칭 후보들은 더 늦기 전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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