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옛 하나·외환은행 노동조합 통합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5일간의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였다. 19일 아침까지만 해도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창근 옛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김근용 옛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등 소수를 제외하면 KEB하나은행 임원들조차 이날 통합 발표 일정을 모를 정도였다.
연말 양 노조위원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데다 정부의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이 속도를 내고 있어 노조 통합에 그다지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노조 통합 발표는 예상 외로 빠르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많다. 통합 KEB하나은행은 작년 9월 출범했다. 옛 하나·외환은행 전산 통합이 마무리된 것도 지난 6월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업무의 특성상 전산 통합이 이뤄져야 실질적인 통합이 이뤄진 것으로 본다”며 “그렇게 되면 통합은행 출범 후 1년, 실질적 통합이 이뤄진 지 3개월 만에 노조 통합을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수합병(M&A) 등을 거친 다른 은행을 봤을 때 노조 통합에는 통상 4~5년이 걸렸다”며 “KEB하나은행의 경우 상당히 빠른 속도로 화학적 통합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실 ?하나·외환은행 노조도 통합은행 출범 후 노조 통합까지는 최소 2년여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렇게 조기 통합에 합의하게 된 데는 성과연봉제 도입 등의 현안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직원들의 복지와 임금, 평가 체계 개편 등 사측과 치열한 협의가 필요한 거대 이슈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노조가 두 개로 운영되다 보니 직원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협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권익 보호와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서라도 조기 통합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기저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핀테크(금융+기술) 발달 등으로 인해 정보기술(IT), 금융 등 업종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는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은행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데 송금 등 전통적인 은행 업무 영역에 핀테크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달려들고 있어서다.
추석 연휴간 김창근 위원장과 김근용 위원장이 노조 통합을 두고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면서도 이런 은행업 환경을 둘러싼 위기의식에 대한 논의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 통합 노조 출범 이후 논의될 옛 하나·외환은행 직원간 임금·복지 단일화 문제를 두고서도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높다. 상대적으로 옛 하나은행에 비해 임금이나 복지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옛 외환은행의 근로 조건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김창근 위원장은 이날 “특정 은행의 근속 연수가 높으면 직원 평균 급여가 높아 보일 수 있다”며 “동일 직급 직원의 임금과 복지 수준 등을 비교해야지, 평균 비교만으로는 특정 은행의 근로 조건이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합 노조가 출범하면 두 개의 노조로 운영됐을 때보다 역량을 더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측과 합리적인 협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노조 통합 발표에서는 옛 외환은행 노조와 조합원을 배려하는 듯한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피인수은행인 옛 외환은행 직원들의 박탈감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창근 위원장이 “조직과 조합원, 금융업권의 발전을 위해 옛 외환은행 노조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고 수차례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내년 1월 출범하는 통합 노조위원장 임기는 3년 단임으로 재선은 불가능하다. 오는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도하는 총파업에는 옛 하나·외환은행 노조 모두 참여할 방침이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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