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수사 3개월 만에 마무리 수순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구속영장 검토
영장만 청구돼도 일본 롯데그룹 경영권 위태
구속땐 기업공개·경영투명성 등 개혁 '물거품'
[ 정인설 / 박한신 기자 ] 롯데그룹의 아킬레스건은 지배구조다. 수백개 계열사가 복잡하게 뒤엉켜 있고 일본 롯데와의 관계도 불명확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한국 롯데를 지주회사로 바꾸겠다고 했다. 그러나 6월10일 시작된 검찰 조사로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는 무산됐다. 신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협력업체와의 관계개선, 각종 사회공헌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신 회장은 20일 검찰 조사를 받는다. 그가 구속되면 롯데 개혁이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롯데는 장기간 경영공백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0일 오전 9시30분 신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18일 발표했다. 검찰이 롯데 본사와 신 회장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한 지 102일 만이다.
◆경영 공백 사태 발생하나
신 회장 소환을 앞둔 롯데 경영진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계열사 사장은 “그동안 검찰 수사로 밝혀진 롯데 비리가 대부분 신격호 총괄회장 재임 기간 중 일어난 일인데 그 책임을 신 회장이 져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책임만이 문제가 아니다. 사법처리 방향에 따라 롯데그룹의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구속영장 청구다. 신 회장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만 청구해도 경영활동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속영장 기각률이 낮은 일본에선 영장 청구 단계에서부터 대부분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자진 사퇴하거나 이사회 결정을 통해 해임된다. 이 때문에 만약 검찰이 신 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 움직임에 따라 롯데는 경영권 공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만 지분율은 1.4%에 불과하다. 롯데홀딩스 대주주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28.1%)와 일본 롯데 임직원들로 구성된 종업원지주회(27.8%) 및 임원지주회(6%), 일본 내 관계사(20.1%) 등이다.
신 회장이 구속되면 경영권을 일본 측이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내 투자도 일본 롯데가 승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또 기업공개, 경영투명성 제고 등 롯데가 사회와 약속한 개혁안은 모조리 좌초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롯데 오너일가 구속되나
신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롯데가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계열사에 떠넘기거나 알짜 자산을 헐값에 특정 계열사로 이전하는 데 신 회장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홈쇼핑업체인 럭키파이를 비롯한 해외 부실 기업 인수와 호텔롯데의 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등이 신 회장의 배임 혐의와 관련한 주요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또 롯데건설이 2002~2011년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과정에 신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는지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신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총 2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 신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액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신 회장을 조사한 뒤 수천억원대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 등의 처벌 수위도 결정할 예정이다. 신 총괄회장은 고령인 점을 감안해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크다. 신 총괄회장이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는 일본에 체류하며 소환에 불응하고 있어 외교부 협조를 받아 강제 입국시킬 계획이다.
정인설/박한신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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