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한국은 2004년 이후 점진적으로 법정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했다. 주당 40시간 근무제는 하루 8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5일에 해당하므로 이른바 ‘주5일 근무제’라고 불렸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넘어선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초과근로수당(정상근로시간 시간당 임금의 50%)을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게 되면 기업으로선 초과근로 사용을 줄이고 대신 나머지 필요한 근로시간은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해 보충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어떤 기업이 1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고 모든 근로자가 44시간을 근무하고 있다고 하자. 인건비는 총 4400만원이 된다.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으로 단축되면 인건비는 어떻게 변할까? 만약 기업이 그대로 100명을 고용하고 근로시간도 기존의 44시간을 유지하면 인건비는 초과근로수당으로 인해 4600만원으로 상승한다. 그런데 이 기업이 근로자를 10명 더 고용하고 각 근로자는 40시간만 일을 하게 되면 총근로시간은 그대로 유지하고 인건비는 100명을 유지했을 경우의 4600만원보다 적은 4400만원이 된다. 따라서 법정근로시간이 단축됐을 때 고용을 증가시켜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work sharing)의 아이디어다.
실제로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높은 실업률에 대응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주5일근무제의 도입이 과연 일자리를 창출했을까?
필자의 논문에 따르면 결과는 부정적이다. 매년 근로자 1인 이상 3만~4만개 사업체의 임금장부를 기록해 놓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2004~2009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40시간 근무제가 도입돼 1인당 1주간 실제 근로시간은 43분 정도 단축됐지만 신규 고용률은 오히려 2.28%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일까?
우선 위의 예에서 근로자를 추가 고용할 때 발생하는 시간당 임금 외의 비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지급하는 노동비용에는 근로시간에 따른 보상 외에 부가급여혜택이 포함되는데 이 비용은 기존 근로자의 초과근로를 연장함에 따라 드는 비용보다 클 수 있다. 또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초과근로수당 때문에 사실상 노동의 가격을 증가시킨다. 투입요소의 가격이 증가하면 기업은 장기적으로 생산규모를 줄이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고용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경험이 독특한 것은 아니다. 1984~1994년 법정근로시간을 36시간으로 단축한 독일과 1987~1997년 주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일본에서도 부정적인 고용효과가 나타났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장시간근로로 멕시코와 1, 2위를 다툰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긍정적인 사회적 효과를 ?수 있다. 필자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다른 논문을 통해 한국에서 주40시간 근무제가 산업재해율 감소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인 바 있다. 주5일 근무제로 가족의 여가와 문화생활이 촉진되고 건강에 도움이 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런 효과들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은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논문 <주 40시간 근무제의 도입이 근로시간,임금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노동시간 단축이 산업재해율에 미치는 영향>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이정민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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