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행보 제동 걸린 '홍트럼프'
홍 지사 "즉각 항소하겠다"
[ 이상엽 기자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준표 경남지사(62·사진)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홍 지사의 대선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부장판사 현용선)는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다만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임을 고려해 법정 구속을 하지는 않았다. 대법원에서 실형이 최종 확정되면 홍 지사는 지사직을 잃는다.
재판부는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성 전 회장이 사망 직전 한 진술과 인터뷰 등도 그 경위가 자연스럽고 다른 이들의 진술과도 부합해 신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홍 지사는 성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아 민주주의와 법치, 국민 일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홍 지사는 이번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홍 지사는 거침없는 말투와 보수우파 성향을 드러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 빗대 ‘한국의 트럼프’란 별명을 얻었다.
홍 지사는 재판 뒤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다. 참 황당하다”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또 “(재판부가) 납득하지 못할 주장을 전부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며 “순수한 사법적 결정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어 “(대선 출마와 관련한) 정치일정은 항소심 재판에 맞춰서 재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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