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법인 설립 11년 만에 성과
맞춤형 조달 시스템 앞세워…미국 그랜저·중국 시위그룹 제쳐
국내 중기 500곳과 동반성장도
[ 안재광 기자 ]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사업을 하는 서브원이 중국에서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2005년 처음 현지 법인을 세운 지 11년 만에 거둔 성과다. 중국 내에서 구하기 힘든 원·부자재를 맞춤형으로 공급한 게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서브원의 해외 매출은 내년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서 MRO 선두권
허내윤 서브원 MRO 중국법인장은 지난 1일 중국 난징 서브원 물류센터에서 “올해 9000억원, 내년 1조원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경쟁하는 글로벌 MRO 업체 중에서도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허 법인장은 “글로벌 매출이 11조원에 달하는 미국의 그랜저나 중국 현지 기업 시위그룹도 중국 내 MRO 매출이 수천억원 수준”이라며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타오바오 등 소비자대상(B2C) 전자상거래 업체를 제외하면 택袖?가장 클 것”이라고 전했다.
서브원이 세계 MRO 기업의 각축장인 중국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맞춤형’ 조달 시스템 덕분이다. MRO 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크게 작용한다. 대량으로 물품을 구입해 기업들에 싸게 공급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글로벌 상위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서브원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브원은 이를 ‘비표준품 조달’로 극복했다.
비표준품은 일반 문구류 등 표준품과 달리 규격화되지 않은 제품을 말한다. 기계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이나 원·부자재 등이다. 이들 제품은 각 공장에서 요구하는 바가 다르다. 이를 일일이 맞춰 주려면 설계 기술이 들어가야 한다.
서브원은 이 수요를 파악하고 상당 부분을 국내 중소기업에 위탁했다. 중국 내 글로벌 기업 공장에서도 현지 품목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선호했다. 존슨앤드존스 3M 등 글로벌 기업과 현지 기업 130여곳이 서브원의 MRO 서비스를 채택한 주된 이유가 됐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 500여곳이 서브원을 통해 중국에 물품을 공급 중이다. 이 가운데 100여곳은 중국에 법인까지 냈다. 서브원 중국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비표준품에 국내 중소기업 기술이 대거 적용된 것이다.
○“국내 중기 제품 판매 확대”
국내 중소기업도 서브원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중국 진출의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했다.
공장 내 생산품(주로 휴대폰, 자동차용 배터리) 운반용 플라스틱 상자를 생산하는 BC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13년 상자의 소재를 기존 플라스틱에서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로 바꿨다. 무게와 가격이 기존 플라스틱 제품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제품 출시 뒤 LG전자 등 LG그룹 계열사뿐 아니라 중국 현지 업체 등 30여곳이 앞다퉈 사갔다. 중국 내 매출은 연 17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BC시스템 중국법인 관계자는 “서브원이 구매를 책임져 주기 때문에 마음 놓고 2년여간 연구개발(R&D)에 나설 수 있었다”며 “직접 중국 기업을 공략했다면 소재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브원 관계자는 “과거 무역상사가 했던 역할을 MRO 사업으로 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과 동반진출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겠다”고 말했다.
난징=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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