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신흥강자 (7) 건양대학교
서울의 대학서도 배우러 온다
미국·일본 강소 대학 벤치마킹
동기유발학기·취업센터 등 국내 대학 최초 도입 '화제'
'건양대 배우기 열풍' 일으켜
다른 대학보다 학습량 3배
보건의료 계열 국가시험, 6년째 수석 배출 '독차지'
삼성·LG 출신 교수 영입, 실전형 인재육성…취업률 1위
[ 박동휘 기자 ] 김희수 총장(89·사진)이 1991년 고향 논산에 세운 건양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강소 대학이다. 취업률(졸업생 1000~2000명인 ‘다’그룹 기준)은 74.5%로 교육부가 인정한 1위다. 건양대 의대가 배출한 졸업생들은 보건의료 국가시험에서 6년째 ‘장원’을 독차지하고 있다. 동기유발학기 등 건양대의 혁신을 배우려고 70여개 대학이 견학을 다녀갔을 정도다. 국내 대학 수장 가운데 최고령인 김 총장이 만들어 낸 변화다.
지방대 혁신의 모범
김 총장이 2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일군 건양대의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총 110억원을 지원받는 산업연계활성화선도대학(프라임)사업을 비롯해 네 개의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따냈다. 충청권 대학 중에선 단연 ‘톱’이다.
교수와 졸업생의 실력 역시 서울 유수의 대학과 겨뤄도 손색없다는 평을 듣는다. 온전히 교수의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온라인 공개 강좌인 ‘K무크’ 상위 10개 인기 강의(30일 기준)에 김철태 교수(응급구조학)의 인체해부학이 선정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대 강좌 중에선 유일하다. 올해 취업 전선에 뛰어든 예비 졸업생 중에선 청와대와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 인턴 합격자도 나왔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건양대가 변하기 시작한 건 2001년 김 총장이 직접 ‘총대’를 메면서부터다. 설립 첫해 입학 경쟁률이 7 대 1을 넘을 정도로 선전했지만 그뿐이었다. 차별화가 필요했다. 이사장이던 김 총장은 숙원이었던 의과대학 설립을 마친 이듬해에 직접 학교 일을 챙기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벤치마킹’이었다. 미국, 일본 강소 대학의 비결을 배우기 위해 교수들을 해외로 보냈다.
건양대만의 혁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004년엔 전국 최초로 취업전용센터를 개설했다. 요즘엔 4년제 대학 중 취업전용센터를 갖추지 않은 곳이 드물지만 당시만 해도 ‘상아탑’에서 취업 우선주의는 금기시되던 때였다. 2011년 도입한 동기유발학기제는 대학가에 ‘건양대 배우기 열풍’을 낳았다. 신입생들이 4주간에 걸쳐 각종 직업 체험을 해보면서 진로를 택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다.
삼성SDI 전무 출신을 영입하는 등 교수진도 실무형으로 과감히 바꿨 ? 2012년에 세운 창의융합대학은 현대카드 디자인팀장, LG 중국법인장 등 전직 기업인이 교수로 활약 중이다. 의학과 공학을 결합한 의료공과대학은 건양대만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학교는 양질의 교육 서비스 제공”
김 총장이 주도한 혁신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평소 그의 지론에서 나왔다. 학교는 우선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건양대는 다른 대학과 달리 학습량이 엄청난 것으로 유명하다. 창의융합대학 학생들은 1학점을 따려면 40~50시간을 공부해야 한다. 일반 4년제 대학 기준(15시간가량)에 비해 세 배 정도 많다. 올해부턴 토익 700점 이상, 통문장 200개 암기를 필수로 했다. 실력 있는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의지로 김 총장은 학부모 설명회 때마다 “만족하지 못하면 학비를 돌려주겠다”고 공언할 정도다.
김 총장의 교육 이념은 오랜 병원 운영 경험에서 비롯됐다. 1962년 서울 영등포에 김안과를 개원했다. 모든 병원이 오후 6시에 문을 닫을 때 그는 ‘환자 제일주의’를 실천에 옮겼다. 365일 언제든 열려 있는 연중무휴 병원을 만들었고, 친절한 설명을 ‘모토’로 의사들의 권위주의를 싹 걷어냈다. 전단을 뿌리며 모객하던 작은 병원은 40만여명을 진료하는 동양 최대의 안과전문병원으로 성장했다.
건양대가 정부와 기업이 인정하는 강소 대학으로 거듭났지만 김 총장은 “요즘처럼 어려운 적은 없던 것 같다”고 했다. 학생 수가 줄면서 재정 압박을 받는 데다 지방 인재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쏠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지역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건양대는 정원의 60%를 대전·충남 고교 졸업생에게 배정하고 있다. 김 총장은 “지방의 작은 대학 하나가 노력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며 “지방에 진출한 기업들은 해당 지역 출신을 우선 채용하는 등 취업과 연계해야 지방대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논산=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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