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배 타고 새벽 바다서 돌고래 투어
숲 속 '힐링로드' 끝엔 60m 폭포수가…
파도의 절규 같은 '악마의 눈물'…나도 모르게 얼어붙었다
[ 발리=조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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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가 가득한 로비나비치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느끼고 탐험하게 되는 발리는 자주 제주와 비교된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독특한 섬 문화가 다른 듯 닮아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전체 면적의 0.3%밖에 안 되는 작은 섬 발리가 매년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것도 제주와 비슷한 점이다. 발리는 한 번 가면 다시 찾고 싶은 마력을 가진 곳이다.
발리의 인기 지역은 대부분 남쪽에 모여 있다. 발리공항을 중심으로 남서부로 가면 스미냑, 레기안, 쿠타, 짐바란 비치가 이어지고, 남쪽 끝을 돌아 동쪽은 누사두아, 사누르 비치가 펼쳐진다. 대형 리조트와 호텔이 많아 발리 여행객의 십중팔구는 남쪽 해변에 머무르기 마련이다. 해변이 없는 발리의 중부 지역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예술인의 마을로 알려져 있는 우붓(Ubud) 때문이다. 우붓에는 고급 리조트가 즐비해 많은 신혼여행객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발리 북부에는 유명한 해변이 별로 없지만 발리 고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북부 대표 해변으로 꼽히는 로비나비치(Lovina Beach)는 검은 모래가 덮인 곳으로 우붓에서 북쪽으로 약 75㎞ 떨어진 곳에 있다. 새벽에 돌고래 투어를 온 관광객들로 잠깐 붐빌 뿐 평소엔 요가, 정신 수양, 명상 등의 수련을 목적으로 한 장기 여행자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12㎞ 길이의 해변은 작은 식당들과 현지인이 운영하는 소박한 리조트가 있다. 과연 이곳이 발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상업적인 색깔이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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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나비치의 인기 여행 상품인 돌고래 투어는 해 뜨기 전 시작된다. 신새벽 로비나비치에 가니 나무로 만든 전통배인 ‘쭈꿍’이 기다리고 있었다. 폭이 좁고 세로로 긴 배엔 선장을 포함해 서너 명 정도가 탈 수 있다. 바다엔 쭈꿍 20~30척이 새벽 빛 아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바다로 나가자 관광객들이 선장에게 “돌고래를 볼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본다. 꼭 볼 수 있다는 말에 이번에는 확률이 어느 정도냐고 되묻는다. 선장은 웃으면서 “마음 편히 가지세요. 90% 이상입니다”라고 말했다. 선장의 장담처럼 그날 관광객 모두는 바다 위로 솟구쳐 오르는 돌고래 떼를 볼 수 있었다. 돌고래 수백 마리가 헤엄치는 장관은 잊히지 않을 기억으로 오래 남을 만큼 대단했다.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면 폭포와 호수가
로비나비치에서 차로 30분 가면 기깃폭포(Gitgit Waterfall)가 나타난다. 기깃폭포는 발리를 대표하는 유명한 폭포다. 좁은 길을 따라 해발 300m 지점에 있는 폭포까지 가는 작고 오붓한 길은 고즈넉하고 정답다. 열대수목이 하늘을 반쯤 가리고, 새 소리가 머리 위에 흩어지는 길은 말 그대로 힐링로드라고 부를 만하다. 길 양쪽으로 주민들이 차려놓은 작은 가판대가 늘어서 있다. 수공예 제품이나 솜씨 좋은 그림, 목각품, 다양한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바닐라빈, 샤프론 같은 천연 식재료도 놀랄 만큼 싸게 구할 수 있다. 폭포로 가는 중간 지점쯤에는 커피와 정향(clove) 농장이 나타난다.
정향농장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차가운 물보라가 안개처럼 흩어지는 첫 번째 폭포에 닿는다. 폭포는 모두 세 개로 이뤄져 있다. 가장 큰 폭포는 높이가 60m 정도 되는 두 번째 폭포다. 세 개의 폭포는 제 각각 정취가 있어서 어느 것이 최고라고 말하기 어렵다. 시원한 폭포 근처에서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면 논 전망 식당을 찾아가면 좋다. 진한 초록색이 물결치듯 흔들리는 장관을 보면서 식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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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두굴에선 세 개의 호수와 사원, 시장을 가볼 만하다. 세 개의 호수 중에서도 브라탄 호수에는 1663년에 지은 울란 다누 브라탄(Ulun Danu Bratan) 사원이 있다. 강과 호수의 신을 모시는 사원이다. 발리는 주요 산업이 농업이기 때문에 물의 신을 위한 사원이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안개가 자욱한 날엔 사원이 물 위에 떠 있는 듯하다. 그 몽환적이면서 신성한 분위기는 인도네시아의 5만루피아 지폐에도 등장할 정도로 발리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다. 브두굴 시장은 힌두교가 대세인 발리에서 유일하게 이슬람인들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흥미롭다.
석양과 사람이 어우러진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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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의 석양은 어디나 아름답지만 렘봉안에서 본 석양은 유독 더 가슴에 남는다. 섬의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가 내려다본 에메랄드 빛 바다 위에는 어선들이 유유히 떠 있다. 그 사이로 내리는 붉은 노을의 장엄함은 말을 잃게 했다.
숙소 앞 해변에서 마주한 석양도 잊을 수 없다. 오후가 되니 물이 서서히 빠지고 갯벌이 모습을 드러내자 순식간에 현지인들이 바다를 장악했다. 잠깐 사이에 평화롭던 바다는 그들의 일터로 변했다. 해초 양식장, 서서히 저무는 태양, 현지인의 노동현장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정경. 그것은 여느 휴양지에서 보던 낭만적인 석양과는 사뭇 다른 감동을 주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몽롱한 기분으로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별이 떴다. 칵테일은 달고 공기는 더없이 달콤했다.
절규하듯 부서지는 파도가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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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리조트에서 가족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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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사렘봉안에는 골목골목에 요금이 싼 게스트하우스부터 작은 규모의 리조트, 풀빌라가 있는 고급 리조트까지 다양한 숙소가 있다. 그중 렘봉안 비치클럽 앤드 리조트(lembonganbeachclub.com)는 가격에 비해 호사스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맘에 든 것은 리조트가 만실임에도 조용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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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조은영 무브매거진 편집장 travel.cho@gmail.com
사진=이홍기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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