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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사의 세계, 향료 6000여종…여러개 섞어 새로운 향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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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춰진 향까지 맡아내야
후각에 민감한 사람 유리



[ 민지혜 기자 ] 조향사(調香師·perfumer)란 여러 향료를 섞어 새로운 향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향은 물론 이면에 감춰진 향까지 맡아 내는 일을 한다. 후각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유리하다.

현존하는 향료의 종류는 6000여개, 상용화된 향료는 3000여개에 달한다. 초보 단계의 조향사라도 기본적으로 1500여종의 향료를 구분해낼 줄 알아야 한다. 같은 장미 향이라 하더라도 장미의 꽃잎과 줄기, 잎에서 나는 향이 모두 다르다. 또 재배 국가와 지역, 품종, 수확 시기, 추출 방법에 따라 향의 깊이도 달라지기 때문에 조향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적인 향수는 제품당 50여개의 향료를 주로 쓴다. ‘니치향수’를 지향하는 브랜드에서는 보통 100여종 안팎의 향료를 다룬다. 니치향수란 대중화된 향수와 달리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소량으로 생산하는 향수다. 해외 유명 조향사들은 향수를 만들 때 주로 140여종의 향료를 팔레트에 담아 조향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은영 페르푸뭄 대표는 국내에서 찾기 어려운 향유고래, 사향여우, 베버 등 동물에게서 채취한 향료를 포함해 총 300여개 향료를 프랑스 등에서 직접 수입해 배합하고 있다.

조향사의 능력은 어떤 향끼리 배합할 때 원하는 향기를 낼 수 있는지 알아내는 데 있다. 단순히 좋아하는 향 여러 개를 섞는다고 최고의 향이 나오진 않기 때문이다. 향료 간 배합 비율과 숙성 기간 등에 따라서도 향이 달라진다. 시트러스 플로랄 우드 등 18개 계열로 나뉘는 향조를 다루는 능력도 조향사에겐 중요하다. 그래서 조향사를 미술가, 오케스트라 지휘자 등과 비교하기도 한다.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내는 일, 여러 악기를 조화롭게 지휘하는 일과 비슷해서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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