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병훈 기자 ] “체면을 지키려는 두 왕이 / 농사짓던 백성들을 군인으로 징발하고 / 넉넉지도 않은 식량을 긁어모아서 / 전쟁을 한다 / 용감하게 돌격하는 군대의 뒤엔 / 후퇴하면 목을 베는 왕의 친위대가 있다 / 어느 정도 시체가 쌓여서 / 분이 풀리면 / 승패와 관계없이 왕들은 궁으로 돌아가고 / 신하들은 위대한 업적을 기록한다 / 돌보지 않는 논밭엔 아녀자들만 울고 있다”(‘역사가 홀대받는 이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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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삶의 모습도 담았다. 전 시인이 지금까지 낸 다섯 권의 시집에는 그의 고향(정선)이 빠짐없이 나온다. 이번 시집에서는 “강원도 정선 오일장에 가면 / 함백산 주목처럼 비틀어진 할머니들이 / 부침개를 파는 골목이 있지 / 가소로운 세월이 번들거리는 불판에 / 알량한 행운처럼 얇은 메밀전을 부치고(후략)’(‘메밀전병’ 중)라고 노래했다.
시집 앞부분에 “시는 당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 읽게 되면 끊기가 어렵습니다 / 우울증을 유발하는 자기 비하와 실연 / 되도 않는 반항 등이 포함되어 있어 / 중독되면 통제가 안 됩니다”라는 ‘경고문’을 넣은 게 인상적이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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