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보다 관리 능력 뛰어나"
외형 커졌지만 질적 성장은↓
내년 곡면 등 아이폰 3종 출시
[ 임근호 기자 ] 5년 전인 2011년 8월24일 애플 이사회는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가 사임하자 신임 CEO에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사진)를 임명했다. 췌장암이 재발해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기력이 떨어진 잡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잡스는 약 6주 후 세상을 떠났다. “애플은 이제 끝났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하지만 애플은 추락하지 않았다. 지난 5년 동안 매출과 순이익이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순이익인 534억달러는 알파벳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를 합친 것보다 많다. 시가총액은 3300억달러에서 5840억달러로 불어나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잡스와 같은 비전과 천재성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쿡은 공급망과 품질 관리에 능력을 발휘하며 애플의 안정적 성장을 이끌었다”고 23일 보도했다.
아이폰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달 10억대를 돌파했다. 높은 품질을 유지하며 아이폰을 대량 생산·판매할 수 있는 데에는 쿡 CEO의 공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CCS인사이트의 벤 우드 리서치부문장은 “아이폰이 인기를 끌면서 애플은 대량생산업체로 변신해야 했다”며 “잡스와는 다른 능력이 요구되는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괴팍한 성격에 독선적이던 잡스와 달리 쿡은 탈(脫)권위적이면서 설득하는 리더십으로 회사가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불화와 잡음을 최소화했다. 매장 직원을 포함한 애플 임직원은 2011년 5만명에서 현재 11만명 수준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벤 바자린 크리에이티브스트래티지 애널리스트는 “쿡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직원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폰 판매 둔화로 최근 2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하면서 쿡 CEO의 능력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한쪽에선 아이폰을 넘어선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잡스와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애플의 충성고객층이 탄탄해 위기는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인 호레이스 데듀는 “애플 기기·서비스 이용자는 하루에 1달러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애플이 이런 이용자 10억명을 확보하면 하루에 10억달러의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영문매체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내년에 애플이 3종의 아이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평평한 화면의 4.7인치와 5.5인치 모델, 삼성 갤럭시7엣지처럼 화면 양쪽이 구부러진 5.5인치 모델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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